국제 경제·마켓

프리미엄·가성비 다 밀려…中스마트폰 시장서 수년째 고전

[삼성 中사업 구조조정]

◆ 판매법인 인력운용 효율화

비보 등 中업체 점유율 톱5 장악

삼성은 1% 내외…순위권 밖 밀려

임직원 9년새 6만명→1.7만명

사업혁신팀 꾸렸지만 성과 미미

반도체·부품 등은 여전히 선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월 서울 신라호텔에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월 서울 신라호텔에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5월 한일중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났다. 리 총리가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삼성전자와 별도 만남을 가질 정도로 중국에서 삼성전자의 위상은 상당하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리 총리는 이 회장에게 “삼성 등 한국 기업이 계속 대중 투자·협력을 확대해 더 많은 기회를 누리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자기업들의 탈(脫)중국 행렬이 이어지고 중국 내 고용 상황이 악화하는 가운데 리 총리가 한국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 회장에게 중국 사업을 이어갈 것을 요청한 것으로 해석된다.

리 총리의 요청에도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이 호황을 이어가는 것과 달리 가전·스마트폰 사업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자 고심 끝에 구조조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시장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각종 전략에도 소비 반등을 이끌어내지 못하자 불가피하게 내린 결정이라는 게 삼성전자 안팎의 해석이다. 중국 내 청년 실업률이 역대 최고치로 치솟는 등 고용 문제에서 중국 정부가 유달리 민감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만큼 중국 사업을 유지하기 힘들었다는 방증이다.



3일 다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감원 결정은 이 같은 고심 끝에 이뤄졌다. 중국 시장 반등을 위해 판매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도 적지 않았지만 당장 인력 감축을 통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는 분석이다. 한 관계자는 “지금 중국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1~2년은 최악의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비용 절감을 위해서라도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다는 의견이 우세했다”며 “감원에 따른 사내 분위기, 외부의 이미지 등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지금으로서는 이 방법이 최선이라는 결론이 나왔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삼성전자의 중국 판매 법인 규모는 중국 전체적으로 약 1600명인데 저성과자를 중심으로 일정 규모를 줄인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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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삼성전자는 중국 내 사업이 위축되면서 생산 시설을 철수하는 수순을 밟아왔다. 2018년 톈진 휴대폰 공장을 철수했고 이듬해 후이저우 공장까지 문을 닫고 중국 내 생산 거점을 모두 없앴다. 중국 법인에 소속된 임직원 수도 2013년을 정점으로 빠르게 줄어드는 양상이다. 삼성전자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6만 명을 넘던 임직원은 해마다 줄어 2022년에는 1만 7891명까지 급감했다.

스마트폰의 경우 중국 내 업체들의 급성장으로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약화되며 생산 시설 철수, 인원 감축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올해 2분기 기준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순위는 비보(19%), 오포(16%), 아너(15%), 화웨이(15%), 샤오미(14%) 등 1~5위를 모두 중국 업체가 꿰찼다. 애플은 겨우 6위를 차지했고 삼성은 1% 내외로 기타 그룹에 묶였다. 시장조사 업체 캐널리스의 루카스 중 애널리스트는 “중국 기업들이 시장 선두 지위를 차지하면서 점유율 톱 5를 장악했다”며 “최근 몇 년간 중국 기업들의 하이엔드화 전략이 강하게 이뤄지고 본토 협력사들과 협력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양면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경제가 어려움에 처한 것도 삼성전자의 매출 감소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부동산 위기의 장기화 등에 따른 경기 부진에 기업은 급여를 삭감하고 채용을 축소하며 허리띠를 졸라맸다. 중국으로 몰려들던 기업들 역시 짐을 싸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다 보니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고 중국인들은 안전자산인 금 투자에만 몰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 급속도로 위축되자 LG전자 스마트폰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감까지 흘러 나온다. LG전자는 2020년 실적 악화에 따라 오프라인 매장을 사실상 철수하고 온라인으로만 시장을 운영하다가 온라인 사업도 거의 발을 뺐다. 당시 LG전자는 베이징 트윈타워 사옥을 매각하는 등 중국 사업을 대거 축소했다.

삼성전자도 중국사업혁신팀을 꾸리며 위기 의식을 갖고 대응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반도체·부품 등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중국 사업은 여전히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가전과 스마트폰 등 일반 소비재 사업의 위축과는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구조조정은 외려 삼성의 중국 사업 전략이 변곡점에 이르렀다는 신호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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