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시 정부가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와의 침공에 맞선 전쟁을 시작한 지 30개월 만에 가장 큰 개편을 진행한다. 장관 절반 이상이 바뀔 것으로 관측되는 이번 내각 개편에 대해 우크라이나 정부는 “새로운 힘을 부여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저녁 연설에서 “가을은 우크라이나에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며 “우리 모두에 필요한 모든 결과를 달성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국가 기관은 재편돼야 하며, 그를 위한 인사 결정이 준비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외교 및 국내 정책의 특정 영역에서 지금과는 다른 강조점을 갖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은 이날 올하 스테파니시나 유럽통합 담당 부총리를 비롯해 올렉산드르 카미신 전략산업부 장관, 데니스 말류스카 법무부 장관, 루슬란 스트릴레츠 환경보호·천연자원부 장관 등이 줄사표를 낸 사실이 알려진 이후 이뤄졌다. 우크라이나 임시 점령지 재통합 담당 부총리인 이리나 베레슈츠크도 얼마 지나지 않아 사임을 발표했고 , 경제 및 에너지 정책을 담당하는 대통령실 부국장 로스티슬라프 슈르마도 법령에 따라 해임됐다. 우크라이나 정부 관리들은 더 많은 내각 사퇴가 줄 이을 것으로 전망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최측근인 집권여당 ‘인민의 종’의 다미드 아라카미야 의원은 “대대적인 정부 리셋”이라며 “내일(4일)은 해임, 모레는 임명이 이뤄지며 장관 절반 이상이 바뀐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표는 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 내 약 1000㎢ 영토를 장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뤄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개편을 우크라이나가 미국에 곧 제시할 승전 전략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한 통치 체계의 재구성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앞서 젤런스키 대통령은 이달 유엔 총회 때 미국을 방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11월 대선 후보로 나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우크라이나의 ‘종전 계획’을 제시하고 논의할 방침이다. 우크라이나가 수립한 종전 계획에는 서방이 지원한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습하는 등의 군사적 전략을 기본으로 외교·경제적 압박을 전쟁을 끝내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관측된다. 단 세부 사항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일부 관리들은 이번 개편을 두고 젤렌스키 대통령이 행정부 내 권력을 공고히 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국영 전력회사 우크레네르고의 최고경영자인 볼로디미르 쿠드리츠키가 지난 2일 해임된 사실을 두고 ‘정치적 동기’가 있다는 의견이 분분했다. 업계 존경을 받던 쿠드리츠키의 갑작스러운 퇴임을 두고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의 전력난에 대한 우려만 더욱 키울 것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