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IT 노동자들이 AI(인공지능) 기술 등을 이용해 미국인으로 신분을 위장하고 미국의 IT 기업에 취업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5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사이버 보안회사 노우비포가 원격으로 일할 직원을 모집하던 중 지난 7월 카일이라는 이름의 지원자를 채용했는데, 북한 IT 노동자의 위장 취업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노우비포는 채용 관련 사이트로부터 카일을 추천받았다. 카일은 노우비포가 원하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자유롭게 사용했고, 온라인 면접에서도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노우비포 스튜 쇼워맨 CEO는 "카일은 자신의 강점과 약점, 아직 배워야할 점, 희망 경력 등에 대해 솔직하게 말해싿. 취업 인터뷰를 수없이 해 본 전문가 같았다"고 떠올렸다.
그러나 카일은 근무 첫날 회사 서버에 악성코드를 심으려고 했고, 내부 보안 시스템에 의해 발각됐다. 노우비포는 카일이 가짜 구직자임을 파악하고 연방수사국(FBI)에 신고했다. 알고 보니 카일의 SNS에 게재된 사진은 생성형 AI로 조작된 사진이었다.
최근 2년 동안 북한 IT 노동자들이 이런 수법으로 미국 기업에 위장 취업하는 일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원격 근무가 늘어나고, AI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북한 노동자들이 신분을 도용해 많게는 수천개의 IT 일자리에 채용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과거 북한은 사이버 스파이를 통해 지적 재산을 훔쳤다. 그런데 이제는 단순히 네트워크를 해킹하는 대신 비밀리에 원격 근무하며 급여를 받는다"고 말했다.
북한 IT 노동자들은 미국인의 도움을 받아 의심을 피하기도 한다. 지난달 미 법무부는 이들을 도움 혐의로 테네시주에 거주하는 매슈 아이작 크누트를 체포했다. 크누트는 집에서 일명 '노트북 농장'을 운영하며 북한의 IT 노동자들이 미국에서 원격 접속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도왔다.
한미당국은 북한이 IT 인력의 위장취업을 통해 대량살상무기 개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에 따르면 북한 IT 노동자들의 연간 수익은 최대 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