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첫 TV 토론을 앞두고 상반된 방식으로 토론을 준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8일(현지 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TV 토론은 미국 동부 시각으로 10일 오후 9시(한국 시각 11일 오전 10시)부터 90분 동안 진행된다. 이번 토론은 모두발언 없이 진행자 질문에 두 후보가 2분씩 답변을 주고받는 방식이다. 두 사람은 펜과 종이에만 의지해 설전에 나선다. 토론 말미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각 2분씩 마무리 발언을 하면 토론은 끝난다.
주제나 질문이 미리 공개되지 않는 만큼 두 후보의 순발력과 역량이 낱낱이 드러나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중도 사퇴를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TV 토론이었던 만큼 정치권과 유권자들의 관심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첫 진검 승부를 앞두고 ‘검사’ 출신인 해리스 부통령과 ‘억만장자 쇼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전 준비에서도 ‘너무 다른’ 모습을 보였다.
7일 해리스 부통령은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한 호텔에서 토론이 펼쳐질 실제 세트장과 유사한 무대와 조명을 준비해 트럼프 대역까지 등장시켜 토론을 철저히 준비했다. 그는 5일부터 보좌진과 함께 ‘2분짜리 답변’을 연습하는 등 철저한 대비에 한창이다.
반면 쇼맨십에 강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혀 다른 방식의 토론을 노린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준비는 훨씬 즉흥적”이라며 “‘토론 준비’ 대신 ‘정책 시간’이라 부르면서 자신의 기록을 상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측은 2020년 대선 경선 당시 해리스 저격수 역할을 했던 민주당 출신 털시 개버드 의원과 함께 해리스의 약점을 공략하는 한편 친(親)트럼프 인사인 맷 게이츠 하원의원과 불편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연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토론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이전과는 또 다른 부담을 안겨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토론에서 해리스 부통령과 개인적인 문제로 얽힐 경우 대선에서 입지를 굳히는 기회를 망칠 수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트럼프 측근들은 트럼프가 여성인 해리스를 상대로 지나치게 공격적인 태도로 토론을 벌일까봐 우려하는 분위기다. 2016년 대선 토론에서 세 차례 트럼프를 상대했던 힐러리 클린턴은 NYT에 “트럼프가 구체적인 사실로 공격을 당하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며 “트럼프를 자극해 동요를 유도하는 전략을 쓰면 그를 흔들 수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해리스 부통령도 이번 토론이 절실하긴 마찬가지다. ‘허니문 효과’가 사라졌다는 평가를 받는 그는 이번 대결을 통해 최근 주춤했던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