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스팩 소멸합병’ 상장 대세로…고평가 우려는 여전 [시그널]

소멸방식 4건서 14건으로 증가

'존속합병'보다 편의 높였지만

올 상장 11건중 10건이 주가 뚝

"실적 공시되도록 양식 곧 개정"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도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와의 합병을 통한 증시 입성 건수가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합병 후 스팩이 소멸하고 피합병법인이 남는 소멸합병 방식이 제도 도입 2년 만에 기존의 존속합병(스팩이 존속 법인으로 남고 피합병법인이 소멸) 방식을 완전히 대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스팩 합병 상장 건수는 11건으로 집계됐다. 현재 거래소로부터 합병 심사 승인을 받은 기업이 총 7곳으로 이중 5곳이 증권신고서를 제출했고 나머지 2곳도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 스팩 합병 상장 건수는 최대 18건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스팩 합병 상장 건수는 2022년 17건, 지난해 18건 등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 될 예정이다.



스팩 합병 방식에 있어서는 트렌드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존손합병 건수는 2022년 13건에서 지난해 4건으로 대폭 줄어든 뒤, 올해 단 1건 밖에 없었다. 반면 소멸합병은 2022년 4건, 지난해 14건, 올 현재 10건으로 집계됐다. 현재 합병 심사 승인을 받은 기업 모두가 소멸합병 방식을 선택했는데 이들 중 연내 상장이 가능한 7곳을 더하면 올 소멸합병 건수는 17건까지 늘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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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국내 증시에 도입된 스팩은 기업 인수합병(M&A)을 유일한 목적으로 설립하는 일종의 페이퍼컴퍼니다. 직상장과 달리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 등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주로 사업 규모가 작거나 시장 인지도가 낮은 기업들이 증시 입성을 위해 스팩 합병 상장을 선택한다.

2021년까지는 존속합병이 유일한 합병 방식이었다. 이미 증시에 상장한 스팩이 존속법인으로 남고 비상장기업인 피합병법인이 소멸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스팩을 새로운 회사로 바꾸는 작업이 요구됐다. 이 과정에서 사업자번호를 변경하고 피합병법인의 부동산 취득세를 새로 내야 하는 등 불이익이 많았다.

거래소는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2022년 피합병법인 대신 스팩이 소멸하는 소멸합병 방식을 도입했다. 소멸합병 방식은 상장을 추진하는 회사가 기존 재무제표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등 절차적 편리성이 높아졌고 결국 대세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스팩 합병이 기업의 증시 입성 기회를 넓히는 역할을 하지만 개인 투자자 입장에선 스팩 합병 기업에 대한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상장사를 비교기업으로 선정해 상대가치를 책정하는 직상장과 달리 스팩 상장은 피합병법인이 제시한 자료를 토대로 미래 실적을 현재가치로 할인해 산정(순자산 가중평균)하는 때문이다. 미래 실적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평가해 기업가치가 고평가될 우려가 있다. 실제 올 스팩 합병으로 증시에 입성한 기업 11곳 중 주가가 기준가보다 높은 기업은 한빛레이저 단 한 곳 뿐이다.

금융당국도 스팩 합병 법인의 기업가치를 산정할 때 객관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스팩 상장 기업의 영업실적과 관련한 사후정보(예측과 실제와의 차이, 차이발생사유 등)가 충실히 공시되도록 작성양식을 곧 개선할 예정”이라며 “비교기업과의 상대가치를 활용하는 방식의 제도 개선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남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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