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 시간) 미국 대선을 50여 일 남기고 열린 첫 TV 토론에서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방위로 격돌했다. 토론 전까지만 해도 경험이 많은 트럼프가 우세할 것으로 관측됐으나 해리스가 주도권을 잡으며 대선 후보로서의 존재감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후보는 이날 대선의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국립헌법센터에서 ABC방송 주최로 열린 토론에서 악수를 나눈 뒤 100분이 넘는 시간 동안 경제·이민·외교·낙태 문제 등을 둘러싸고 거친 설전을 주고받았다. 올 6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참담한 모습을 보인 TV 토론 이후 미 대선 구도가 완전히 재편된 가운데 이번 토론은 해리스와 트럼프의 첫 정면 대결로 주목받았다.
해리스는 자신이 ‘중산층 대통령’이 되겠다는 포부를 내세우면서 트럼프의 경제정책을 두고 “가장 부유한 사람들을 위한 감세”라고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 당시 중국에 반도체를 계속 팔아 중국의 군사력이 강화됐다”고도 말했다. 반면 트럼프는 “나의 (재임 기간) 인플레이션은 없었다”면서 “그들(바이든과 해리스)은 경제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해리스는 외교정책과 관련해 “그(트럼프)는 독재자들을 존경하고 취임 첫날 독재자가 되고 싶어한다”면서 트럼프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주고 받은 친서들을 ‘러브레터’라고 언급했다. 트럼프는 중국과 북한 등이 자신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해리스는 이날 작심한 듯 초반부터 트럼프를 자극했으며 트럼프가 이에 말려드는 상황이 종종 목격됐다. “불법 이민자들이 반려동물을 잡아먹고 있다” “해리스는 마르크스주의자” 등의 무리한 발언이 나온 것도 트럼프가 눈에 띠게 흥분하면서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해리스 캠프의 전략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화를 촉발하는 것이었다”며 “그 지점에서 해리스는 크게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CNN이 이날 토론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토론을 지켜본 등록 유권자의 63%는 해리스가 더 잘했다고 응답했다. 앞서 6월 바이든과 트럼프의 토론에서는 67%가 트럼프가 더 잘했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가 토론 직후 경합주 유권자 25명에게 ‘누가 토론에서 승리했는지’를 물은 결과에서도 23명이 “해리스가 이겼다”고 답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다만 “대선 판세를 근본적으로 바꿀 결정적 한방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토론 직후 세계적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인 해리스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해 주목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