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13일 일제히 ‘텃밭’ 지역으로 향하는 귀성객들을 만나며 명절 민심 잡기 경쟁에 나섰다. 여야는 각자 ‘격차 해소’와 ‘민생 회복’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정기국회의 ‘꽃’인 국정감사를 앞둔 만큼 여론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모습도 보였다.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경부선 열차가 출발하는 서울역을 찾아 대합실 곳곳을 돌며 귀성객들을 만났다. 한 대표가 시민들에게 배포한 홍보 자료집에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꼬인 실을 풀어갈 수 있는 해결책을 마련하겠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서울역 귀성 인사 직후 한 대표는 결식아동들을 위한 도시락 제작 봉사 활동을 했고 추 원내대표는 이태원 참사 실내 분향소인 ‘별들의 집’을 찾아 유족들을 위로했다.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호남선의 시·종착역인 용산역에 집결했다. 이들이 두른 어깨띠에는 ‘국민 건강 민생 회복’이라는 글귀가 적혔다. 의료 공백 사태에 대한 지적과 함께 민주당의 당론인 ‘전 국민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을 연상케 하는 문구다. 이 대표는 “국민 여러분의 상황이 매우 어렵고 여러 가지 불편한 점도 많지만 오랜만에 맞이하는 명절인 만큼 좋은 추석이 되기를 바란다”고 명절 인사를 건넸다.
10·16 재보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호남 깃발 꽂기’ 경쟁을 펼치는 조국혁신당도 용산역을 찾았다. 혁신당 지도부는 추석 메시지 전면에 ‘탄핵’을 새기면서 선명성 부각과 동시에 거대 양당과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연휴 기간 동안 기초단체장 선거가 치러지는 전남 곡성과 영광에서 머물 계획이다. 개혁신당 지도부는 영호남 민심을 모두 고려해 서울역과 용산역을 순차적으로 방문했다.
덕담이 오간 귀성길 분위기와는 달리 국회에는 냉랭한 기운이 감돌았다. 특히 민주당이 명절 연휴 직후인 19일 김건희, 채 상병 특검법과 지역화폐법 등 쟁점 법안들의 본회의 처리를 벼르면서 전운이 감지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반드시 김건희 특검법을 관철하고 공정과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야당은 이제라도 민생을 위한 행보에 동참해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