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가들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에 장거리 미사일 사용을 곧 허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와의 갈등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퇴임 전 전세를 역전시키기 위해 뱡향을 급선회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사용 허용을) 러시아와의 직접 전쟁으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하며 위협을 가했다.
12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13일 미국 백악관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논의한다. 양국 정상은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장거리 미사일의 사용을 허용할지 여부를 결정하며 이 자리에는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참석한다.
일부 유럽 관리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서방국들이 제공한 장거리 미사일 사용을 승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익명의 유럽 당국자를 인용해 영국은 이미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용하고 싶다는 신호를 미국에 보낸 채 바이든 대통령의 명시적 동의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지대지미사일 ‘에이태큼스’ 등 미국산 미사일이 러시아 본토 공격에 사용되는 것을 두고 백악관 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미 국무부는 우크라이나의 요청에 열려 있는 반면 국방부와 정보기관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앞서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지대지미사일 에이태큼스를, 영국은 공대지미사일 ‘스톰섀도’를 각각 제공했다. 다만 러시아와의 직접적인 갈등을 피하기 위해 방어 목적 이외의 사용을 제한해왔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가 점령 중인 쿠르스크 지역 탈환을 위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선 후 서방국들은 장거리 미사일 사용 제한 해제를 재검토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가 불과 4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현재 러시아 우위로 흐르고 있는 전세를 임기 내에 뒤집기 위해 ‘레임덕’에 들어간 바이든 대통령이 미사일 허용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미국 정부 당국자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목표는 지금부터 임기 말까지 우크라이나의 전략적 위치를 최대한 개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서방이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에 대한 타격을 허용한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에 서방 자본이 직접 참여한 것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장거리 미사일 제한 해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미국,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와 전쟁 중임을 의미한다”며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적절한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과거에도 서방에 전쟁 확대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 것을 요구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