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리사이틀이 어렵다고 생각하고 살았어요. 음악가는 주고 청중은 받는 줄 알았죠. 그러다 나이가 들면서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청중들은 음악가가 주는 만큼 음악가에게 돌려주고 이 관계에서 에너지가 만들어집니다.”
늘 짧게 깎은 머리에 면이나 마 등 편안한 소재의 상하의를 입은 채 플랫 슈즈를 신고 가볍게 무대에 오르는 여든의 피아니스트 마리아 조앙 피레스. 다른 리사이틀에서 찾기 힘든 여유와 편안함이 있어 연주를 지켜보는 관객들도 이 같은 분위기에 전염된다. 그런 그가 노년이 되어 무대를 더 즐기게 된 경위를 이 같이 소개했다. 피레스는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클래식 음악 공간 풍월당에서 내한 리사이틀을 앞두고 진행된 팬미팅 행사에서 “리사이틀은 작곡가와 지휘자, 오케스트라뿐 아니라 관객과의 양방향 대화”라며 “모든 음악이 존재하는 이유는 그곳에 대화가 존재하는 데 있다. 연주자의 생각에 사로잡히는 게 아니라 관객들의 인생, 고통, 행복 등을 모두 나누는 것이 연주”라고 밝혔다.
이달 20일 서울 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내한 리사이틀을 여는 그는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0·13번, 쇼팽의 녹턴(야상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피레스는 이미 다섯 살 때 모차르트 소나타를 연주하고 일곱 살 때는 모차르트의 협주곡을 협연했다. 70년 넘게 모차르트를 연주해오면서 ‘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라는 칭호를 얻었지만 정작 이렇게 불리는 것을 선호하지는 않는다. “스페셜리스트라는 말보다는 그 음악을 사랑하고 배우길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연주자에게는 성품이나 감성 등 여러 이유로 끌리는 작곡가가 있거든요.”
어린 시절부터 영재로 컸기 때문에 아이들의 교육에 대해서도 남다른 원칙을 갖고 있다. 그는 1999년 고국 포르투갈에 벨가이스 예술센터를 설립해 젊은 음악가들을 양성하고 있다. 피레스는 연주 기술 중심의 교육에 대해서는 부정적 영향을 우려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것은 큰 책임감을 요구하는 일”이라며 “자칫 경력과 예술을 혼동해 콩쿠르만을 강조하면 아이들이 예술과 상관 없는 길을 가게 된다”고 강조했다. 리사이틀에 대한 원칙처럼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의 ‘대화’의 중요성을 내세웠다. 그는 “소리를 내는 방식을 가르치기 이전에 소리를 발견하게 해야 한다”며 “아이와 대화를 나누는 데서 진짜 교육이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마스터 클래스(대가의 공개강좌)를 진행하지 않는 것도 한 사람이 거장으로서 일방적으로 준다는 태도에 반대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피레스는 20일 서울 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21일 아트센터인천, 26일 대전예술의전당, 27일 대구콘서트하우스, 29일 서울 강동아트센터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내달 26일 성남아트센터에서는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와 슈베르트 연가곡 ‘겨울나그네’를 연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