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 분야의 정보기술(IT)이 변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사실 금융 IT는 1990년대부터 꾸준히 변화해왔습니다. 인공지능(AI) 활용이 확대되고 있어 금융 분야 IT가 급격히 변화하는 것으로 비치는데 중요한 것은 AI를 인간의 판단을 보완하는 도구로 활용해야지 AI에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김윤기 IBK시스템 대표는 19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금융 IT 환경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는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라면서 “모바일 뱅킹과 비대면 서비스가 금융의 표준이 되면서 금융기관들은 디지털 플랫폼을 더욱 강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금융 IT 서비스 전문 기업인 IBK시스템은 디지털로 변화하는 금융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1991년 설립된 IBK기업은행의 자회사다. IBK금융그룹을 비롯해 한국수출입은행·건설근로자공제회·한국투자캐피탈·볼보파이낸셜·토요타파이낸셜 등 다양한 고객사의 금융 시스템 구축 및 운영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1990년 9월 IBK기업은행에 입사해 서울 마포역지점장과 IBK고객센터장, 은행장 비서실장, 부행장 등을 거친 은행맨이다. 지난해 3월 IBK시스템 대표로 부임해 클라우드, AI 적용 등 디지털 신기술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그는 금융IT 기업의 대표는 최고경영자(CEO)이자 영업 대표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저희 회사는 기업은행뿐 아니라 외부 사업도 많이 하는데 신규 사업 수주를 위해 고객들과 직접 만나고 있다”며 “고객들에게 안정적 금융 시스템 운영 등 최상의 서비스 제공을 약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가속화하는 금융의 디지털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혁신적 IT 인프라 구축, 새로운 금융 상품·서비스 개발, 인재 육성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플랫폼, AI 기반 솔루션 등을 도입해 기존 시스템을 디지털화하는 혁신적 IT 인프라가 필수적”이라며 “또 고객이 원하는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금융기관들은 데이터를 심층 분석해 새로운 금융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특히 디지털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인재 육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AI 등 신기술을 통해 금융의 디지털화가 강화돼도 이를 운영하는 사람에 대한 투자는 반드시 필요하므로 직원들에게 신기술을 교육하고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AI는 금융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 수단이 됐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망 분리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고 했다. 지난달 금융위원회는 ‘금융 분야 망 분리 개선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망 분리로 인해 신기술 활용이 저해됨에 따라 금융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클라우드 활용 확대 및 생성형 AI 활용이 가능하게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금융사의 AI 확산에 걸림돌인 망 분리 규제가 완화된다면 데이터 기반 학습, 분석 자동화 등을 통해 혁신적이고 정교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다”며 “단 금융 IT와 AI의 올바른 융합을 위해서는 보안 위협에 대비하고 윤리 문제를 관리하며 데이터 결과에 대한 편향성을 줄이는 등 투명성·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 IT 분야의 예비 창업자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기술적인 부분보다 고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서비스가 더 안전하고 편리한지를 고민하는 창의성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기술과 인문학의 조화를 당부했다.
“이제 금융 IT는 기술로만 승부하는 시대가 아니고 창의력과 비즈니스가 결합돼야 합니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이 상용화될 때 인터넷을 은행 업무에 결합시켜 인터넷 뱅킹을 탄생시킨 사람들이 성공했습니다. 고객들이 직접 은행에 가지 않아도 되는 비즈니스를 만든 것이죠. 이는 공학적인 창의력에도 해당하지만 은행 고객을 편리하게 만든 인문학적 창의력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