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로 국내 금리도 내려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보험사들의 자본 비율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보험사들은 금리 인하로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비율이 내려갈 것에 대비해 앞다퉈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
ABL생명은 20일 2000억 원 규모의 무보증 후순위 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2230억 원의 매수 주문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10년 만기에 5년 후 콜옵션(조기상환권)을 더한 조건이다. 금리는 5.9%다.
한화생명(088350)은 24일 6000억 원 규모로 30년 만기 5년 콜옵션 조건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한다. 11일 벌인 수요예측에서 당초 계획한 3000억 원을 웃도는 ‘완판’을 기록해 발행액을 2배로 늘렸다. 흥국화재(000540)도 26일 20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달에는 메리츠화재(6500억 원), 한화손해보험(000370)(3500억 원), KDB생명보험(2000억 원) 등이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보험사들이 앞다퉈 자본 확충에 나서는 것은 지난해 새 회계기준(IFRS17)과 함께 도입된 킥스 비율을 맞추기 위해서다. 킥스 비율은 가용 자본을 요구 자본으로 나눈 것으로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능력이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금융 당국의 권고치는 150%다. 올 1분기 기준 생명보험사 평균은 200%, 손해보험사 평균은 216.1%로 현재까지는 양호하다. 하지만 금리가 내려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보험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기준금리가 1%포인트 하락하면 생명보험사 킥스 비율은 25%포인트, 손해보험사는 30%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과거 회계기준인 위험기준자기자본제도(RBC)와 달리 보험사의 자산과 부채를 모두 원가가 아닌 현재 가치로 환산해 적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보험사는 가입자와의 계약이 장기인 경우가 많아 금리에 민감하다. 예를 들어 10년 뒤 1억 원의 보험금을 계약자에게 줘야 한다고 가정하면 금리 3.5%에서의 현재 가치(보험 부채)는 7089만 원이지만 금리가 3.0%로 내려가면 보험 부채가 7440만 원이 된다. 자본 비율을 유지하려면 보험사는 351만 원을 추가 적립해야 한다는 뜻이다. 금리가 내려가면 부채뿐만 아니라 자산의 현재 가치도 늘어나지만 부채의 만기가 더 길기 때문에 부채 증가 폭이 훨씬 크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금융제도연구실장은 “100세 만기, 종신보험 등 보험 부채는 만기가 길지만 보험사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고채는 최장이 30년물”이라면서 “금리 인하기에는 보험 부채 증가에 따른 자본 감소가 불가피해 자본 확충이 중요한데, 주주 대상 증자는 어려운 면이 있어 후순위채 발행 등으로 대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리가 내려가면 보험사의 투자 수익이 줄어드는 것도 자본 비율에 악영향을 준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낮아지면 보험료를 굴려 얻을 수 있는 투자수익률도 떨어지기 때문에 보험사는 적립금을 추가로 쌓아야 하고 적정 기준의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자기자본도 늘려야 한다”며 “시장금리 하락 폭이 예상보다 깊어질 수도 있어 미리 충분한 자본을 확충해 놓는 편이 유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