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태도와 판이하게 다른 “통일 하지 말자"는 파격적 주장을 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해 대통령실과 여당은 물론이고 야당에서도 비판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책 변화와 맞물린 것이 아니냐는 의심과 함께 발언의 진의가 미궁에 빠진 가운데, 반헌법적·비현실적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임 전 실장이 제시한 새로운 통일 담론이 정치권에 어떠한 영향을 가져올 지 주목된다.
20일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남 영암 호텔 현대 바이라한 목포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전남 평화회의에 참석해 “임 전 실장의 발언은 학자라면 주장이 가능하나 정치인의 발언으로서는 성급하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통일정책이 아닌 평화정책”이라며 “임 전 실장의 발언은 햇볕정책과 비슷하고 이를 오해해 통힐하지 말자와 같은 시니컬한 접근은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정동영 민주당 의원도 “안타까운 심정에서 이야기했을 것”이라며 “2국가론은 헌법 위반”이라고 짚기도 했다. 앞선 여당과 대통령실의 비판에 이어 야당에서도 비판 여론이 나온 것이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비판에 앞서 비판에 나섰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북한이 통일을 필요로 하면 통일론을 주장하고 통일이 필요 없다고 주장하면 보조를 맞추는 기이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순방 중 기자들과 만나 “평화통일을 추진하는 것은 헌법의 명령이고 의무라고 볼 수 있고, 그런 의지가 없다면 반헌법적 발상”이라며 “북한은 통일을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논평에서 “분단을 고착화하겠다는 충격적 발상”이라며 “김정은의 ‘적대적 국가 관계’ 규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임 실장은 전날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며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통일부를 정리해 미래를 다음 세대에 맡기자”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다음달 ‘통일 삭제’ ‘영토 수정’을 골자로 한 김정은 정권의 헌법 개정과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임 전 실장은 “'그저 웃지요'라고 답하고 싶다”고만 답했다.
임 전 실장은 정치권의 난색에 “건강한 토론이 많이 일어나면 좋을 것”이라며 “또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해 다음 행보를 암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