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와 각종 대출 규제 영향으로 9월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 폭도 다소 줄어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19일 기준 9월 가계대출 잔액은 728조 869억 원으로 8월 말(725조 3642억 원)보다 2조 7227억 원 늘었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은 이달 들어 19일까지 2조 6551억 원 불었다. 3년 9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던 8월 가계대출 증가 폭 9조 6259억 원에 비해 주춤한 상황이다. 나머지 열흘 동안 지금 추세가 이어진다면 이달 말 가계대출 증가액은 약 4조 1000억 원 정도로 예상된다. 8월 전체 증가액의 43% 수준에 그치는 셈이다.
주담대 신규 취급액 증가세도 더뎌졌다.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NH농협은행)에서 이달 들어 19일까지 신규 취급된 주담대 총액은 3조 425억 원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1601억 원 규모로 8월 하루 평균 금액(2491억 원)의 64% 수준이다. 추석 연휴 사흘(16~18일)을 뺀 16일을 기준으로도 1일 평균 1902억 원으로 8월에 비해 600억 원 가까이 적다.
9월 들어 가계대출 증가세가 주춤한 이유로는 연휴 효과와 가계대출 억제 조치 등이 꼽힌다. 주말까지 닷새에 이르는 긴 추석 연휴가 끼어 주택 거래나 가계대출은 일시적으로 소강 상태였다. 이달부터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시행된 가운데 은행들은 1주택 보유자의 수도권 주택 구입 자금까지 막았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연휴 효과 때문에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역대 최대 규모와 속도로 주담대가 많이 나간 지난달과 비교하면 확실히 차이가 있다”며 “대출 한도와 대상을 확 줄인 것이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폭증세가 한풀 꺾이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높아졌다. 한은은 다음 달 11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 회의에 앞서 집값과 가계대출 등 관련 지표에 유의해 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주춤한 데 이어 8월까지 이어진 서울 아파트 가격 급등세가 9월 들어 다소 진정되는 분위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셋째 주(16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1주일 사이 0.16% 올랐지만 상승 폭은 전주(0.23%)보다 축소됐다. 올 8월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이 7월보다 각 4.5%, 4.4% 떨어졌다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부동산정책연구원의 조사 결과도 최근 공개됐다.
미국이 최근 ‘빅컷’을 단행하면서 국내 기준금리 인하 여력도 커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면서 금리 인하 압박이 커진 상황이다. 한국은행도 미국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대해 “향후 국내 경기·물가와 금융 안정 여건에 집중해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는 여력이 커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가계대출 추세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추석 연휴 효과가 반영돼 추세 하락을 판단하기 곤란하고 부동산 가격과 가계대출 증가 폭이 꺾이는 지표를 11월이 돼야 충분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은도 줄곧 정부의 강력한 거시 건전성 정책의 효과가 확인될 때 금리를 조정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