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가 추진 중인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 프로그램과 관련한 상장 기업 공시는 지난 20일 기준 총 44개를 기록하고 있다. 이 중 14개 기업이 본 공시를, 나머지 30개 기업은 예고 공시를 했으며 초창기보다는 다소 참여가 늘어나고 있다. 다만 본 공시를 한 상장 기업 14개 중 절반이 금융 관련 기업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이 고르게 퍼져나가지 못하고 일부 업종으로 쏠리고 있다는 점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거래소는 24일 장 마감 이후 ‘KRX 코리아 밸류업지수’를 공개한다. 공개 후 당분간은 밸류업 지수에 편입되는 상장 기업의 초과 수익에 대한 기대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에 앞서 한국의 밸류업 지수인 일본의 ‘JPX Prime 150’가 출시 초창기 시장 대비 초과 수익을 기록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기억해 둬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한국 밸류업 지수도 일본의 사례처럼 최상위 우수 기업 중심으로만 구성하는 것이 아닌 잠재력이 높은 상장 기업도 포함시키는 방안을 적극 고려했으면 한다. 잠재력에 중점을 둬 지수 구성을 했을 경우 국내 밸류업 지수가 향후 시장 대비 초과 수익을 기록할 가능성은 과거 일본 사례와 비교해봤을 때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 상장 기업의 국가별 지배구조 순위를 발표하는 ACGA(Asia Corporate Governance Association)가 지난해 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이 순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은 지배구조 순위가 2018년 8위에서 지난해 2위로 급등한 반면 한국은 9위에서 8위로 한 단계 상승에 그쳤다. 같은 기간 홍콩은 2위에서 6위로 급락했다. 시기적으로 추정해봤을 때 일본의 순위가 급등한 배경에는 과거 도쿄 거래소가 시장 개혁을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시행해왔던 점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주주환원 계획말고도 자본 비용을 상회 하는 수익성 개선 방안에 대한 중장기 전략을 최대한 공개하려고 노력한 점 등이 외국인투자가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홍콩의 경우 과거 수년 간 정부와 기업의 여러 노력에도 불구 외국인투자가 눈높이에 맞는 관련 정책 수립과 계획 등이 부진했던 탓에 기업 지배구조 순위가 추락하고 말았다.
일본 상장 기업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있는 보고서 내용에는 경영진이 손익계산서상 매출과 이익 수준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달성하고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재무제표 기반의 자본 비용과 수익성을 더 많이 고려하며 경영 의무를 수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국내에서도 밸류업 프로그램 공시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긴 하나 아직은 본격 궤도에 정착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재까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국내 기업들의 보고서 내용 대부분이 일본 상장 기업들과는 달리 주주환원에 집중돼 있는 경향이 짙다. 주주환원외에도 자본 비용을 고려한 적절한 수익성 확보 방안 내지 자본 비용 절감 방안 등에 대한 중장기 전략이 빠져 있는 것은 아쉬운 점으로 향후 이런 부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