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보증금 9억?"…샤넬, 압구정역 주얼리 부티크

지난해 역성장 타개책 고민

주얼리·시계 등 하이엔드급

단독 매장 4층 규모 월 9억

갤러리아 밀려 압구정역까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건물에 샤넬 가림막이 설치돼 있다. 샤넬은 이 곳에 국내 첫 주얼리 단독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사진=박시진 기자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건물에 샤넬 가림막이 설치돼 있다. 샤넬은 이 곳에 국내 첫 주얼리 단독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사진=박시진 기자




지난 상반기 처음으로 역성장을 했던 샤넬코리아가 주얼리 단독 부티크 매장을 압구정동에 오픈한다. 고물가 시대에 시작된 소비 위축에 명품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자 본격적으로 초고가 주얼리의 수요를 잡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기존에 청담동 명품거리로 몰렸던 다른 브랜드와는 달리 압구정역 인근 대로변에 매장을 선보이며 남들과 다른 전략을 내세우며 특이점을 강조하고 있다.



24일 명품업계에 따르면 샤넬은 압구정로 218번지에 주얼리 단독 매장 오픈을 위한 공사 중이다. 이 곳은 지하철 압구정역 2번 출구 인근으로 현대백화점 본점과 가깝다. 한양아파트, 현대아파트 맞은편으로 갤러리아 백화점, 청담동에 위치한 샤넬 단독 부티크 매장과도 멀지 않다. 이 매장은 280평 규모의 총 4층 건물로, 각 층마다 전용 면적은 약 50평 정도다.

기존에 샤넬 단독 부티크는 청담 명품점에 플래그십 스토어가 유일했다. 이 곳은 의류, 가방 등 패션부터 주얼리, 시계 등을 취급하고 있다. 주얼리 부티크는 이 곳을 제외하고는 현대백화점 본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갤러리아 백화점 3곳에 입점돼 있다.

샤넬이 주얼리 단독 부티크를 내는 것은 꺾인 성장세를 만회하겠다는 궁여지책이다. 샤넬은 올해 상반기 면세점을 제외한 국내 유통 채널에서 전년 동기 대비 1% 줄어든 5142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이는 국내 법인이 설립된 1991년 이후 30여 년 만에 첫 역성장이었다.





같은 기간 주얼리 부문의 매출은 299억원으로 전년 동기(245억원) 대비 22% 늘었다. 흔해진 가방, 의류 대신 희소성을 쫓는 수요가 몰려 하이엔드 급인 주얼리와 시계를 구매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매년 명품 주얼리와 시계 시장 규모는 확대되는 추세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 2020년 3조 2062억원이었던 시장은 올해 4조 4467억원으로 38.7%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관련기사



백화점 내 매장을 확대하기 보다 단독 매장을 오픈할 경우 백화점 내 입점하는 점포보다 상징성과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지난 3월 갤러리아 백화점 샤넬 매장은 명품 브랜드 구찌가 팝업 스토어를 열며 계약 위반이라는 이유로 매장 운영을 중단하며 매출 손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신라면세점은 면세업계 최초로 인천공항에 스위스 럭셔리 시계 편집숍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샤넬이 청담동 명품거리가 아닌 압구정동을 택한 것은 일종의 수익을 내기 위한 셈법으로 분석됐다. 반클리프아펠, 오데마 피게, 리차드밀 등 글로벌 하이엔드 주얼리·시계 브랜드들이 청담동에 속속 부티크를 오픈하며 청담 상권은 이미 포화상태가 됐다. 쿠시먼애드웨이크필드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청담 상권의 공실률은 17.4%로 직전 분기(19.1%)보다 1.8%포인트 낮아졌다.

샤넬코리아 주얼리 단독 매장. 사진=박시진 기자샤넬코리아 주얼리 단독 매장. 사진=박시진 기자


임대료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상태다. 도산대로의 경우 이면길에도 매매가가 평당 3억원 수준이지만, 압구정동은 대로변임에도 2억원대 중반에서 거래되고 있다. 매매가가 비쌀 수록 임대료도 높은 수준에서 형성될 수 밖에 없다.

강경희 인토에셋 실장은 “샤넬 부티크 매장 건너편이 전통 부자들의 보금자리이고, 금융권이나 증권사들의 프라이빗뱅크(PB)센터가 밀집한 자리”라며 “청담 상권 대비 저렴한 가격에 광고 효과도 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변 상권이 주거 환경에 맞춰진 탓에 하이엔드 명품 부티크가 들어서기에는 생경하다는 게 일반적인 중론이다. 실제로 샤넬 부티크 매장 바로 옆에는 저가 커피로 유명한 벤티커피와 컴포즈 커피가 들어서 있고, 에뛰드하우스 등 로드샵 화장품들이 위치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매장을 찾는 고객들의 특성 상 충분한 주차 공간이 확보돼야 하지만 주변 상권을 생각하면 쉽지 않다”며 “연말 시즌에 앞서 오픈을 준비 중이지만, 샤넬 브랜드만 믿고 무리수를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사진=박시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