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늦어도 이달 내 시행을 목표로 추진해왔던 인수합병(M&A), 자사주, 전환사채 등 자본시장 관련 각종 규제 도입이 줄줄이 지연되고 있다. 특히 M&A 제도개선안은 경제부총리·금융위원장 등 주요 인사들이 시행도 전에 제도 보완을 예고한 상태다.
29일 금융위는 M&A 제도개선을 위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 시행시기를 당초 3분기에서 연내로 조정했다. M&A 제도개선안은 비계열사 간 합병에 대해 산식 적용을 제외하고, 합병 과정에서 외부평가 및 관련 공시를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행 이후로는 합병 목적은 물론이고 합병가액 적정성, 합병 반대 이유 등에 대한 이사회 의견서 작성·공시가 의무화된다. 단 계열사 간 합병은 제도 개선 대상에서 제외됐다.
금융위는 올 3월 M&A 제도개선안을 입법예고하면서 3분기 중 시행을 예고했다. 4월 자체규제심사에서 금융규제 합리화 기준을 모두 충족했다며 원안 의결한 데 이어 7월 국무총리실 규제개혁위도 자본시장 투명성 제고를 위한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원안에 동의했다. 이후 시행령 시행까지 필요한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내부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다만 M&A 제도개선안은 입법예고까지 마친 이후 두산그룹 합병 사태가 발생하면서 시행되기도 전에 보완부터 요구되는 상황이다.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일반주주 권익 침해 논란이 일자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계열사도 비계열사와 마찬가지로 합병 산식을 적용하지 않고 외부 평가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달 25일 “합병·물적분할 등에서 일반주주를 실효성 있게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미 입법예고가 된 제도 개선안은 원안대로 추진하되 추가적인 M&A 제도개선 방안을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다시 처음부터 제도를 만들어 추진하면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합병 공시 강화 등 기존 제도개선안 도입도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적분할시 자사주에 대한 신주배정을 제한해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을 막는 상장법인 자기주식 제도개선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 전환사채 시장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한 증권 발행 공시 규정 개정안도 각각 입법예고·규정변경예고 과정에서 늦어도 이달까지 시행한다고 했으나 마찬가지로 늦어지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시행 일정 예고는 안내 차원에서 목표로 제시하는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