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필리핀 가사관리사 임금 수준을 두고 충돌했다. 김 장관은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최소 노동 조건을 고려해 이들의 최저임금 적용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오 시장은 더 많은 가정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필리핀 가사관리사 임금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김 장관과 오 시장은 조만간 이 문제를 두고 만날 전망이다.
김 장관은 30일 정부세종청사 내 고용노동부 건물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연 자리에서 필리핀 가사관리사 임금 논쟁에 대해 “만일 월 100만 원이하로 (월급을) 준다면 (현재 보다) 몇 배의 이탈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부와 서울시의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 중 2명은 15일째 행방불명이다. 정부와 노동계는 이들이 다른 외국인 근로자 보다 낮은 임금에 대해 불만을 품고 불법 체류를 결정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배제 논란도 영향을 줬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오 시장은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싱가포르, 홍콩 등 다른 국가 상황을 고려해 월 100만 원 이하를 받아야 더 많은 가정이 이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월급은 최저임금을 적용받아 최대 월 238만 원이다.
김 장관은 이날 오 시장의 주장을 그대로 되받아쳤다. 김 장관은 “싱가포르에서는 (외국인 가사관리사가 월급이) 월 100만 원 이내라며 우리(시범사업)는 비싸다는 지적이 있다”며 “한국과 싱가포르는 전혀 다른 나라다, 싱가포르는 도시국가여서 관리가 가능하고 불법체류도 막고 형벌도 세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100만 원 이하 월급은 고용부 검토 결과 쉽지 않다”며 “만일 100만 원 이하라면 (현재보다) 몇 배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장관은 조만간 오 시장을 만나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대해 논의할 뜻을 밝혔다. 김 장관은 오 시장과 면담이 시범사업의 임금 문제를 결론 낼 담판 성격이냐는 질문에 “저는 (근로자 노동조건이 우선인) 근로기준법과 국제기준(국제노동기구)를 본다”며 “(오 시장과) 서 있는 위치가 다르다, (만남은) 협력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날 김 장관은 취임 이후 강조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에 대해서도 추진 의지가 변함없다고 밝혔다. 다만 목표 시기는 못 박지 않았다. 김 장관은 “(근기법은) 1989년 이후 35년 동안 한 발짝도 앞으로 못 나갔다”며 “영세사업장을 더 빨리 문 닫게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어 점진적·단계적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