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崔 "한은 협력파트너"에 李 "정책 공조"…10월 금리인하로 화답?

■기재부·한은 타운홀미팅…'피벗' 신호 켠 이창용

금리 관련 '노코멘트' 일관했지만

"앞바퀴 한은, 뒷바퀴 기재부" 비유

시장선 "회동 자체가 피벗 시그널"

崔 "서비스업서 성장동력 찾아야"

李 "최저임금 차등화로 돌봄 해결"

최상목(왼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기획재정부 입구에서 서로를 쳐다보며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최상목(왼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기획재정부 입구에서 서로를 쳐다보며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통화정책을 두고 강하게 대립했다. 강만수 당시 기재부 장관은 고환율 정책과 금리 인하를 요구한 반면 이성태 당시 한은 총재는 물가 안정과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강 전 장관은 금융통화위원회에 기재부 차관이 직접 참석하는 열석발언권을 근거로 금리정책에 관여하겠다고 맞불을 놓기도 했다. 이처럼 기재부와 한은 사이에는 항상 미묘한 갈등 관계가 존재했다.



30일 이창용 한은 총재가 정부세종청사를 찾아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환대를 받은 것은 10월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앞두고 가장 눈길을 끄는 이벤트로 평가되고 있다. 이날 이 총재와 최 부총리는 한은과 기재부의 정책 공조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이 총재를 자동차 앞바퀴, 자신을 뒷바퀴에 비유하기도 했다. 최 부총리는 “이 총재가 문제를 공론화하는 앞바퀴 역할을 해주고 기재부는 뒷바퀴 역할로 주워 담아 일을 수습해가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재정·통화정책의 두 수장이 정책 공조와 관련해 한목소리를 내면서 금융투자 업계는 한은의 ‘통화정책 전환(피벗)’ 가능성을 한층 높게 평가했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회동을 통해 금리 인하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며 “금리 인하 확률이 얼마나 높아졌다고 정확히 얘기할 수는 없지만 두 사람의 회동이 던지는 메시지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화 당국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이번 회동이 10월에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시그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10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는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9월부터 대출 규제가 강하게 들어가면서 8월에는 연율 기준 12% 수준이었던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연 5%대 수준으로 내려왔다”며 “한은 입장에서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위한 여건이 조성된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우리 내수가 안 좋은 만큼 한은에 대한 통화정책 협조 압력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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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타운홀 미팅에서는 고령화와 지역균형발전 등 사회 이슈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이 총재는 “낡은 경제구조를 그대로 두고 조금씩 수리하면서 경제를 이끌어가는 게 이제는 한계에 봉착했다”며 “낡은 경제구조를 시대에 맞게 개혁해야 한다는 데는 국민적 이견이 없지만, 막상 개별 사안으로 들어가면 세대·지역·계층 간 갈등으로 구조 개혁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해왔다”고 지적했다. 최 부총리는 “1990년대 중반 이후 기술 기반 혁신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잠재성장률을 반등시킨 미국 사례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정보기술(IT)과 수출 강국인 우리나라가 서비스 산업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의 차등화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 총재는 “(노인) 돌봄 문제의 경우 최저임금 지역별·업종별 차별화만 해도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며 “지금은 다양한 사회적 반발이 있지만 (반대자들의) 부모가 요양원 등에 가야 할 때가 되면 (차별화에) 찬성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이 총재는 7월 국회 기획재정위 업무보고에서도 ‘최저임금 차등화를 지지하느냐’는 국회의원 질의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향후 10~15년 뒤 저출생 문제보다 더 고통스러운 문제는 고령화 문제일 것”이라고 했다.

균형발전 대신 지방 거점도시를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 총재는 “지난 20여 년간을 보면 균형발전 과정에서 정부 기관들을 다 내려보냈지만 세종시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정주 효과가 거의 없다”며 “(거점도시를) 하나도 제대로 못 만들었으니 일단 서울을 대체할 수 있는 하나라도 먼저 만들어보자는 것이 맞는 접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공기관만 내려가서는 안 되고 문화센터·스포츠센터·의료·교육 등을 한꺼번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최 부총리는 이와 관련해 “정부의 초광역권 발전 전략이 진행 중인데, 거점의 발전이 주변의 발전으로 영향을 주고 도움을 준다는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며 “당장 실행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총재의 제안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한 직원이 '최근 한은의 보고서들로 정부 측에서 부담을 느끼지 않았느냐'고 묻자 최 부총리는 다시금 "기재부와 한은 간 협의체를 만들어 공부를 많이 했지만, 대외적으로 한은이 그런 역할을 해주시는 것"이라며 "시끄러운 한은이 된 총재의 용기와 결단을 굉장히 존중한다"고 답했다.

한편 이 총재는 이날 한은에서 조용병 전국은행연합회장 및 16개 국내 은행 대표들과 금융협의회를 주재했다. 이 총재는 이날 은행장에게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를 당부했다. 또 국내 무위험지표금리(KOFR) 거래 활성화, 한국은행 대출 제도 개편 등 주요 금융·경제 이슈에 대해서도 폭넓게 논의했다.

세종=심우일 기자·김혜란 기자·세종=조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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