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보험

건강 검진때 용종 제거, 안알리면 보장 안돼

■'급성장' 간편보험 주의사항

가입자 3년새 67%이상 늘었지만

심장질환 일부만 보험금 지급 등

비싼 보험료 대비 보장 범위 좁아

가입후 2년까지 암 절반만 보상도





보험설계사의 권유로 간편 보험에 가입한 A 씨. 몇 년 뒤 이 보험이 유병자 보험으로 일반 보험보다 보험료가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민원을 제기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상품 설명서에 ‘이 상품은 일반 심사 보험에 가입하기 어려운 유병력자를 대상으로 하므로 일반 심사 보험보다 보험료가 비쌉니다’라고 써 있었고 자필로 ‘설명 듣고 이해했다’고 기재한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최근 유병자 보험(간편 보험)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소비자 민원도 늘어나고 있다. 간편 보험은 여러 장점이 있지만 주의할 점도 많은데, 꼼꼼히 따져보지 않고 가입했다가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간편 보험 가입 건수는 2021년 361만 건, 2022년 411만 건, 2023년 604만 건으로 3년 새 67.3%나 증가했다. 올해도 생명·손해보험사 가릴 것 없이 앞다퉈 신상품을 출시하며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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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 보험은 기존 보험에 가입하기 어려운 유병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이다. 가입 심사 요건을 완화하는 대신 보험료를 높이고 보장 내용을 일부 제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병력 심사를 최소화해 병이 있는 사람에게도 가입의 문을 열어뒀다는 특징 때문에 ‘유병자 보험’이라고도 불린다. 5년 이내 6대 중대 질병(암·협심증·심근경색·심장판막증·간경화·뇌졸중) 관련 진단·입원·수술이 있었는지 등 두세 가지 항목만 확인한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유병자 보험은 성장 중인 시장이라 업계에서는 유병자를 ‘큰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며 “최근에는 건강·치매·간병 보험 분야에서 유병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이 대거 쏟아져나오는 중”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간편 보험 상품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거나 가입자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소비자 불편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간편 보험을 가입하기 편한 상품으로 이해해 병력이 없는 사람인데도 가입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설계사의 불완전한 설명 탓이든 본인의 이해 부족 때문이든 더 많은 보험료를 낼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C사 OO건강보험 암진단특약의 보험료(남자 50세, 20년 만기 전기납, 보험 가입 금액 5000만 원 기준)를 보면 일반 보험은 한 달 보험료가 6만 6800원인 반면 간편 보험은 9만 6550원으로 더 비싸다.

최근에는 제한적 보장 때문에 소비자 민원이 늘어나는 추세다. 예를 들어 D사의 일반 보험은 가입 후 1년 미만에 암 진단을 받으면 보험금을 50% 감액 지급하지만 같은 회사의 간편 보험은 2년 미만까지 보험금을 절반만 지급한다. 어떤 간편 보험은 허혈성 심장 질환 중 급성 심근경색증 진단만 보장하기도 한다. 또 다른 간편 보험은 뇌혈관 질환 중에서도 중뇌출혈로 진단받은 경우에만 보험료 납입을 면제해준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간편 보험은 보장 범위가 일반 보험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기 때문에 가입하기 전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이 필수”라며 “최근 보장 범위에 대한 민원이 늘고 있어 고객 대상 설명을 더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가입 전 3개월 이내에 입원, 수술, 추가 검사, 재검사 필요 소견을 받은 적이 있는지 정확히 고지해야 한다.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면 반드시 확인 후에 가입해야 한다. 상품 약관에 따라 보상을 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가입 전 2년 이내 ‘수술’받은 경험에 건강검진 대장 내시경 검사 중 용종을 떼어낸 것도 수술에 해당한다는 점 또한 주의해야 할 대목이다. 보헙 업계 관계자는 “간편 보험은 고령화 시대에 노년기 위험을 대비할 수 있는 좋은 상품”이라면서 “하지만 일반 보험에 비해 보장이 제한되는 특징이 있는 만큼 세심히 알아보고 가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맹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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