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멀라 해리스의 정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위기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우리는 찾아내야 합니다”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중국과의 무역 적자를 가장 크게 만든 인물입니다.”
미국 대선을 한 달여 앞둔 가운데 부통령 후보들이 1일(현지 시간) CBS가 주관한 TV 토론에서 격돌했다. 민주당 후보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와 공화당 후보 J D 밴스 상원의원(오하이오) 간의 이번 대결은 당초 비방 일색의 ‘난타전’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으나 예상과 달리 치열한 정책 대결로 마무리됐다. 두 후보는 각각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수석 변호인’이라도 된 것처럼 자신의 러닝메이트를 부각하고 상대방의 성과를 깎아내리는 데 화력을 모았다.
유권자의 관심이 높은 경제 분야에서 월즈는 ‘트럼프노믹스’를 대표하는 감세 정책이 부자만을 위한 것이며 국가 재정을 크게 악화시켰다고 비난했다. 월즈는 “교사, 간호사, 트럭 운전사 등에게 묻는다. 트럼프는 지난 15년간 연방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는데 그것이 공평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하며 부자 증세 필요성을 제기했다. 반면 밴스는 “트럼프 1기의 감세가 미국의 유례없는 경제 호황을 만들어냈다”고 치켜세웠다. 또 해리스의 성과에 대해서는 “그가 실제로 한 일은 식품 가격을 25% 오르게 하고 주택 가격을 60% 인상했으며 미국 남부 국경을 개방해 중산층이 삶을 감당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불법 이민과 남부 국경 문제에서는 중간에 사회자가 마이크를 끊을 정도로 격렬한 토론이 벌어졌다. 월즈는 밴스가 ‘아이티 이민자들이 이웃의 반려동물을 몰래 잡아가 먹었다’는 주장을 했던 것을 언급하며 “다른 인간을 비인간화하고 악마화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밴스는 그러나 “해리스의 이민 정책으로 펜타닐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미국으로 들어왔다”며 “트럼프의 국경 정책을 재시행하고 국경 장벽을 건설하며 (불법 이민자) 추방을 다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벌어진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도 화두가 됐다. 두 후보는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선제 공격을 지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모두 즉답을 피했으나 각각 자신의 러닝메이트가 미국의 ‘총사령관’으로 적합한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월즈는 트럼프가 이란과의 핵합의를 깬 것을 거론하면서 “그의 변덕스러운 리더십 때문에 이란은 전보다 핵무기에 가까워졌다”고 비판했다. 밴스는 그러나 “힘을 통한 평화가 결국 망가진 세계가 안정을 되찾는 방법”이라며 “트럼프는 이미 한번 그렇게 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두 후보는 이날 토론 대부분의 시간에서 철저히 ‘2인자의 역할’에 충실했지만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는 적극 해명했다. 월즈는 중국의 톈안먼 민주화운동 당시 홍콩에 있었다는 자신의 언급이 거짓이라는 논란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 “잘못 말했다. 나는 때때로 멍청이”라고 밝혔다. 밴스는 한때 트럼프를 비판했던 것에 대해 “트럼프에 대해 오해했다”고 해명했다.
통상 미 대선에서 부통령 후보 토론은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올해는 흙수저 출신인 이들의 텃밭,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에서 격돌이 벌어지고 있어 이번 토론에 대한 관심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뉴욕타임스(NYT)는 “두 후보 모두 결정타를 날리지는 못했지만 ‘러닝메이트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부통령 토론의 황금 기준은 달성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