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최대주주인 티머니가 카카오모빌리티와 손잡고 택시 호출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면서 플랫폼을 통한 공공 서비스 강화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충분한 준비 과정 없이 진출할 경우 입지를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배달 플랫폼의 높은 수수료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자 지방자치단체들이 공공 앱을 잇따라 출시했지만 민간 앱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면서 유명무실해진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7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민간이 주도하는 플랫폼 영역에 공공이 뛰어든 대표적인 사례는 배달 앱이다. 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 등 3사가 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일부 지자체들이 이용자와 소상공인의 편익 증대를 위해 곳곳에서 자체 개발 앱을 선보였다. 중개수수료·배달료 인하를 통한 공익적 성격을 내세우며 경기도의 ‘배달특급’, 부산의 ‘동백통’, 대전의 ‘휘파람’ 등 22개 지자체가 앱 15개를 운영 중이지만 현재 활성화된 건 극소수에 불과하다. 2020년부터 현재까지 지자체 5곳에서 사업이 종료된 공공 배달 앱만도 13개에 달한다.
그나마 이용률이 높은 편인 경기도의 배달특급마저 민간 앱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면서 존폐 위기에 놓인 상황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배달특급의 9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27만 4601명으로 식음료 부문 앱 중 0.9%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민관협력형으로 개발된 ‘먹깨비(22만 2788명, 0.73%)’, 대구의 공공 배달 앱 ‘대구로(20만 1580명, 0.66%)’ 등도 가까스로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이다.
첨단기술 도입에 자극받아 주먹구구식으로 앱을 만들어 세금을 낭비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구시는 지난해 7월 산업융합형 대시민 서비스를 제시한다며 메타버스 플랫폼인 ‘메타버스 대구월드’를 추진한다고 발표했지만 1년여가 지난 지금 해당 앱의 다운로드 횟수는 100여 회에 그쳤다. 가상공간에 대한 관리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울시 또한 서비스 개시 1년이 넘도록 신규 이용자 유입에 실패한 ‘메타버스 서울’ 앱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지자체들이 시장 상황에 대한 치밀한 검토와 충분한 준비 없이 민간 영역에 뛰어든 탓에 ‘예견된 실패’라는 반응이 나온다. 시장에서 생존할 기술적 우위나 혁신적 서비스 제공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공익성에만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공무원 조직 특성상 민간기업에 비해 유연성이 떨어져 시시각각 변하는 이용자들의 취향을 반영하는 즉각적인 개선이 이뤄지기 힘들다는 비판도 있다.
공공 플랫폼이 자리를 잡더라도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공 앱이 민간 플랫폼과 경쟁하면 민간기업의 시장점유율을 잠식하고 기술·서비스 고도화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생존이 달린 민간기업에 비해 공공은 플랫폼 진입을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공공이 민간 중심 시장에 진입하려면 차별화된 상품·서비스를 내놓거나 민간기업처럼 운영돼야 지속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