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과학 분야에 미치는 파급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인 전 세계 AI 분야 논문 수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급기야 생성형 AI가 저자로 참여한 논문들 역시 다수 발견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의 관련 지표 순위는 10위권 밖으로 여전히 뒤처지는 상황이다.
10일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AI 분야의 영어 학술지 논문 수는 23만 2670건으로 ‘알파고 쇼크’ 직전인 2015년 대비 2.4배 늘었다. 학회 발표 건수도 4만 1170건으로 7년간 2.6배 증가했다. 이를 포함한 전체 AI 출판물 수는 24만 2290건으로 역시 비슷한 증가세를 보였다. 논문 수는 특히 알파고 쇼크의 2016년을 기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부터 오픈AI의 챗GPT 출시를 계기로 과학계의 생성형 AI 활용이 급증한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와 올해 역시 증가세가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노벨 화학상을 받은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와 존 점퍼 수석연구원은 올해 논문 피인용 수에서 세계 상위 0.01% 안에 들어 수상 전부터 이미 학술 정보 분석 기관 클래리베이트의 노벨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등 AI 분야 논문의 학계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을 인용해 논문 검색 사이트 ‘구글 스칼라’에서 특정 문구 검색만으로 AI가 작성한 논문 227편을 발견했다고 보도하는 등 AI가 논문 저자 역할까지 하는 상황이다.
한국은 국가별 AI 논문 수에서 순위권 밖으로 밀려 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국가전략기술 R&D 인력 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 6년간 전 세계에서 발간된 AI 분야 논문 수는 누적 약 73만 건이었다. 이 중 한국은 1만 4000건으로 중국(22만 건), 인도(약 11만 7000건), 미국(8만 8000건)에 비해 현저히 낮은 12위에 그쳤다. 또 HAI에 따르면 AI 인재 지표는 국외로의 유출을 뜻하는 마이너스(-0.3)인 상태로 선진국인 미국(0.4) 등에 역시 밀렸다.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논문 수가 AI 분야의 기초 체력을 가늠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며 “다만 AI는 응용과학인 만큼 양적 지표뿐 아니라 산업화 등 질적 지표 향상을 위한 정부 지원도 함께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