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을 웃돌고 연준 내에서 금리 동결에 대한 지지 의사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뉴욕 증시가 하락했다.
1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57.88포인트(-0.14%) 내린 4만2454.12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11.99포인트(-0.21%) 내린 5780.05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9.57포인트(-0.05%) 떨어진 1만8282.05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미국 노동부는 9월 미국 CPI가 전년 동월 대비 2.4%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21년 2월 이후 3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전월과 비교해선 0.2% 상승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3%, 전월 대비 0.3% 각각 상승했다.
그동안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 마지막 숙제로 꼽히던 주거비가 전월 대비 상승률이 0.2%로 직전월 0.5%에서 둔화하며 긍정적인 신호를 줬지만 전체 상승률이 시장 전망치를 웃돈 것이 시장 심리를 위축시켰다. 대표지수와 근원지수의 전년 대비 상승률과 전월 대비 상승률 모두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를 각각 0.1%포인트 웃돌았다. 쿡슨피어스의 포트폴리오매니인 루크 오닐은 “분명히 CPI보고서가 이날 증시를 주도했다”며 “전반적으로 크게 놀라운 수치는 아니지만 시장이 선호하는 수준보다 약간 더 뜨겁다”고 평가했다.
이날 데이터로 연준 내에서도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커지는 분위기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 라파엘 보스틱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이날 예상을 상회하는 CPI를 언급하며 “지표가 11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금리인하를 건너뛰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을 시사한다면 실제로 그렇게 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며 “나는 확실히 금리 동결에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직전주보다 3만3000건 늘어난 25만8000건으로 늘었다. 추정치 23만건을 크게 웃돌았다. 다만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CNBC는 “허리케인 헬렌으로 인한 일시적 시장 왜곡과 미시간주 근로자에게 영향을 미친 보잉사 파업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국채 금리는 기간별로 엇갈렸다.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1.8bp(1bp=0.01%포인트) 하락한 3.997%를 기록했다. 10년 국채수익률은 2.9bp 오른 4.093%에 거래됐다.
종목별로는 AI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서버 제조업체인 슈퍼마이크로컴퓨터의 주가가 1.73% 하락했다. 바클레이스는 슈퍼마이크로컴퓨터의 2025 회계연도 주당수이익 전망치를 기존 3.5달러에서 3.09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퍼스트솔라의 주가도 제프리스가 목표가격은 271달러에서 266달러로 하향 조정하면서 9.29% 떨어졌다. 제프리스 애널리스트들은 “전력망 연결 대기 시간에다 노동력 부족으로 인해 공공 서비스 부문의 태양광 시장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애플과 인텔은 각각 1.67%, 0.6% 상승했으며 구글과 메타는 각각 1.59%, 0.4% 하락했다.
가상자산은 하락했다. 비트코인은 24시간 전 대비 1.9% 내린 5만9851달러에 거래되며 6만 달러 선이 무너졌다. 이더는 1.9% 하락해 2369달러를 기록했다.
국제유가도 급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2.61달러(3.56%) 급등한 배럴당 75.8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12월 인도분 가격은 전장 대비 2.82달러(3.68%) 급등한 배럴당 79.40달러에 마감했다.
허리케인 밀턴이 미국 플로리다를 휩쓸면서 플로리다 주유소의 약 4분의 1에 휘발유가 매진됐고 340만 가구와 사업장에 전기가 끊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중국 인민은행이 증시를 뒷받침하기 위해 ‘증권, 펀드, 보험회사 스와프 기구(SFISF)’를 설립하기로 하면서 중국의 원유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원유가격 상승을 뒷받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