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이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영국 문학상 부커상 측이 10일(현지시간) “엄청난 소식”이라며 수상을 환영했다.
부커상은 이날 한강 수상 발표 직후 홈페이지 첫 화면에 한강의 수상 소식과 사진을 띄우고 지난해 부커상 측과 했던 인터뷰 링크도 게시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얼마나 멋진 뉴스인가”라는 언급을 더해 노벨상위원회의 게시글을 공유했다.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 부커상은 한강과 깊은 인연이 있다. 한강은 2016년 ‘채식주의자’로 부커상의 국제 부문인 맨부커 인터내셔널(현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했다. 2018년에는 소설 ‘흰’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한강은 지난해 7월 부커상과 한 인터뷰에서 채식주의자의 수상이 어떤 의미였는지 묻는 질문에 “당시 좋은 의미로 다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 작품이 다른 문화권의 넓은 독자층에 닿도록 도운 데 감사하다”고 답했다.
한강과 부커상의 인연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내년 인터내셔널 부커상 심사위원장을 맡은 소설가 맥스 포터는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던 시절 채식주의자의 영문 번역본 출간에 기여했다. 포터는 이날 “한강은 특별한 휴머니티의 작가이자 필수적인 목소리이며 그의 작품은 우리 모두에게 선물”이라며 “그가 노벨위원회의 인정을 받아 너무나 신난다. 새로운 독자들이 그의 기적 같은 작품을 발견하고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7월 부커상이 한 달에 한 권 재조명하는 추천 서적 ‘이달의 책’으로 채식주의자를 선정했을 때 채식주의자의 번역 출간에 얽힌 뒷이야기를 부커상에 상세히 공개했다. 포터가 당시 부커상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2013년 그가 런던북페어의 행사에 참석했을 때 데버러 스미스라는 여성이 다가와 채식주의자의 한영 번역 7장을 내밀었다고 한다.
포터는 “무섭고도 충격적이고 우아하며 급진적이고 아름다웠다”며 자신이 몸담고 있던 포르토벨로 북스가 영국 판권 계약을 하고 데버러 스미스에게 번역을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반대가 많지는 않았고 약간 있었다”면서 “모두 번역 샘플이 특별하고 중요한 책이라는 데 동의했으나 일부는 상업적으로 잘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엔 너무 낯설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번역 과정에는 스미스와 함께 연필을 들고 앉아 번역본을 검토, 수정했고 이를 한강에게 보내면 한강이 이를 수용하거나 거절하는 등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포터는 “번역 소설의 문화적 고정관념을 피하고 싶었다”며 “한국 소설이라는 사실이 놀랍도록 좋은 소설이라는 사실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기를 바라지 않았고, 신선하고 도전적으로 비치기를 원했다”고 설명했다. 영국 독자에게 실제로 읽히는 책으로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다.
부커상 측 뿐만 아니라 동료 작가들의 축하도 이어졌다. 소설 ‘파친코’ 저자인 한국계 미국인 이민진 작가는 연합뉴스에 보낸 성명에서 “한강은 용기와 상상력, 지성으로 우리의 현대 상황을 반영하는 뛰어난 소설가”라며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만하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한강의 주요 작품을 출간해온 랜덤하우스 계열 호가스 출판사도 이날 인스타그램에 한강 작가의 사진과 함께 축하 메시지를 올렸다. 이 출판사는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우리의 사랑하는 작가 한강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전한다”며 “호가스의 모든 사람은 당신의 훌륭한 작품을 영어로 출판하게 된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