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선 샤워도 사치인데 여기선 자유롭게 화장도 해요."
유엔이 지정한 '세계 여아의 날'을 하루 앞둔 10일 노진해 양은 주한 여성 외교단 초청 간담회에서 북한에서의 열악했던 생활을 소개했다.
통일부 남북관계관리단이 개최한 이날 간담회에서 노 양은 "북한에서 배선공인 아버지와 장마당에서 일하는 어머니 덕에 비교적 유복하게 살았지만, 샤워는 밖에서 떠온 물로 온 가족이 함께 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학교가 끝나면 풀을 캐러 가거나 팔러 가는 친구들도 있었다"며 "그런 친구들의 집은 너무 힘들어 보였고, 노력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걸 알아 더 마음 아팠다"고 털어놨다.
노 양은 북한 학교의 실상도 공개했다. 한겨울 김일성 동상 청소를 시키면서 패딩도 못 입게 하고, 값비싼 꽃을 사비로 사 헌화하게 한 것 등을 언급하며 "진짜 살기 힘든 나라"라고 표현했다.
한국 생활에 대해서는 "샤워도, 화장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영어가 쓰인 옷도 자유롭게 입을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탈주민으로서의 삶이 쉽지 않음도 토로했다. 탈북 사실을 친구에게 말했다가 협박당한 경험을 언급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노 양의 탈북 여정은 지난해 개봉한 다큐멘터리 '비욘드 유토피아'에 담겼다. 어머니 우영복(54)씨와 함께 중국, 베트남, 라오스 등을 거쳐 한국에 도착한 과정이 영화에 그려졌다.
통일부는 이번 간담회를 통해 탈북 여아들의 미래를 응원하고 북한 여성, 여아들의 인권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자 했다고 밝혔다. 김수경 통일부 차관은 "탈북민 여아들의 꿈은 우리가 반드시 지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노 양 모녀와 함께 과테말라, 체코, 헝가리, EU, 콜롬비아 공관 소속 여성 외교관들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