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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친 흉기로 '11회' 찌른 혐의인데…40대 남성, 1심서 '무죄' 받은 이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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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을 흉기로 찌른 혐의로 구속 기소된 40대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10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A 씨는 지난 3월 1일 제주시 주거지에서 연인 B 씨와 말다툼하던 중 화가 나 주먹으로 얼굴을 여러 차례 폭행하고 모두 11회에 걸쳐 B 씨 신체 곳곳에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법정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주먹으로 때리거나 흉기를 휘두른 사실이 전혀 없고 집에 들어갔더니 B 씨가 피를 흘리며 변기에 앉아 있어 119에 신고한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B 씨 역시 수사기관에 자해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당시 B 씨를 치료하던 의료진들은 사건 발생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서 '자해로 보기 힘들다'고 판단해 경찰에 신고했다. 자해 행위 시 나타나는 '주저흔'이 없는 데다 등 부위에서 발견된 상처의 경우 스스로 찌를 수 없는 부위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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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의료진 소견을 비롯해 주변 폐쇄 회로 CCTV,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등 수사 결과를 토대로 상대방의 심리를 지배하는, 이른바 '가스라이팅' 범행으로 무게를 두고 A 씨를 기소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A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다이어트약 과다복용으로 인한 환각 증세 등에 따른 '자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법정에서 증언한 정신과 전문의는 "다이어트약에도 정신자극제 성분이 포함돼 있어 과다복용 시 환각 증세로 인해 자해 가능성이 있다"며 "B 씨와 장기간 면담 결과 환각 또는 정신적 발작으로 인한 자해로 보인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B 씨는 2023년 10월쯤 비만치료제를 처방받아 복용한 사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피해자(B 씨)가 수사 과정과 법정에서 일관되게 자해라고 진술했는데, 묘사가 풍부하고 구체적이다"며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을 겪고도 피고인에게 유리한 진술을 할 정황이나 동기도 부족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유사한 전과가 있으나, 그것만으로는 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기 어렵고, '자해했다'는 B 씨의 진술을 뒷받침할 만한 사정도 신빙성이 있다"며 "이에 따라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살인미수 혐의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남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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