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자신의 건강검진 결과를 전격 공개하며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령 리스크’를 파고들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인지 능력 논란을 부추겼던 트럼프에게 역공을 가한 것이다. 트럼프는 이례적으로 해리스의 고향인 캘리포니아를 찾아 민주당의 실정을 부각시켰다.
12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해리스는 조슈아 시먼스 백악관 부통령 주치의로부터 받은 건강검진 결과 서한을 이날 공개했다. 시먼스 주치의는 “해리스의 건강이 매우 양호하다”며 “대통령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데 필요한 신체·정신적 회복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시먼스는 2쪽 분량의 서한에서 “해리스는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심장·폐질환, 암 등의 질병을 앓은 적이 없다”며 “담배는 피우지 않고 술은 가끔 적당량을 마신다”고 적었다. 또 “가장 최근의 검진은 올 4월이며 특이 사항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NYT는 “해리스가 검진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트럼프와 본인을 대비시켜 트럼프의 건강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키려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올 8월 검진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아직 행동에 옮기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전체적인 건강 상태는 뛰어나다. 인지력 등 정신건강은 탁월하다”는 주치의 진단 결과서를 공개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내용은 들어 있지 않았다.
해리스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의 인지 능력에 대한 질문에 “트럼프의 유세를 보라고 권하고 싶다”며 “트럼프는 허구의 인물을 만들고 사실을 꾸며내고 있다”고 비꼬았다.
이날 트럼프는 전통적 민주당 텃밭인 캘리포니아 코첼라에서 유세했다. 트럼프는 “캘리포니아가 최고의 학교를 갖고 있고 치안도 안전했지만 해리스와 극좌 민주당이 파괴했다”며 “캘리포니아는 잃어버린 낙원이 됐지만 우리가 되찾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요 외신들은 이번 대선에서도 해리스의 당선이 유력한 캘리포니아를 트럼프가 찾은 것은 후원금을 확보하고 이 지역 상·하원 선거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풀이했다.
한편 트럼프가 해리스를 ‘정신지체(retarded)’로 표현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날 NYT는 트럼프가 지난달 29일 뉴욕시 트럼프타워에서 후원자들과 만찬을 하며 해리스를 이같이 폄하했다고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는 “재임 기간 이스라엘을 위해 많은 일을 했는데도 해리스를 지지하는 유대계의 뇌를 검사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후원자들을 포함한 참석자들에게 자신에게 더 감사해야 하고 자신을 더 도와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NYT는 전했다. 해리스는 대선 출마 후 3개월도 안 돼 10억 달러를 모았는데 이는 트럼프가 한 해 동안 모은 액수보다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