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부부 하는 거 보고도 그랍니까. 나라꼴 이렇게 만들어놓고 또 외국 나갔다 왔다 아입니까.”(40대 여성 주모 씨) “그래도 우리는 2번이라 안 카나. 대통령이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도와야 안 하겠노.”(80대 여성 김모 씨)
부산 금정구 구서동 하나인교회 앞. 지나가던 행인들 사이에서 막간 토론회가 열렸다. 각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이들 간의 대화는 10여분 동안 이어졌다.
전임 구청장의 사망으로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금정구는 부산에서도 대표적인 ‘보수 텃밭’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인 ‘동일고무벨트’ 가문의 고(故) 김진재 전 의원(5선)과 김세연 전 의원(3선) 부자(父子)가 대대로 기반을 닦았기 때문이다. 박근혜 탄핵과 한반도 평화 바람을 타고 2018년 단 한 번 민주당(정미영)에 구청장을 내눴지만, 이내 국민의힘 품으로 되돌아왔다. 그 사이 이 지역의 고령화와 빈부격차가 가파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국민의힘으로선 더 유리하고 민주당에게는 더 불리한 정치 지형이 만들어졌다.
14일 서울경제신문이 부산 금정에서 만나본 국민의힘 지지자들에게선 이러한 자신감이 강하게 감지됐다. 온천장역에서 만난 60대 여성 김모 씨는 “구의원·시의원 출신인 윤일현 후보와 부부동반 봉사활동을 한 인연이 있다”며 “부산은 누가 뭐라 해도 국민의힘이다”고 말했다. 택시기사인 60대 남성 김모 씨도 “최근에 이재명 대표도 조국 대표도 미로시장을 찾았지만 그래도 부산은 2번”이라고 전망했다.
윤석열 정부가 싫지만 국민의힘은 뽑아야 한다는 유권자도 있었다. 70대 여성 안모 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싫어서 윤씨(윤일현 후보)는 찍어주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민주당은 찍을 순 없지 않느냐”면서 “똑똑하고 거짓말 안 하는 한동훈 대표가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도와줘야 한다”고 힘을 보탰다.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투표용지 인쇄 전 김경지 민주당 후보로 단일화에 성공하면서다. 장전역에서 만난 40대 남성 김모 씨는 “김 후보가 오랫동안 지역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금정구에서는 인지도가 있는 만큼 좋은 경쟁력을 보일 것”이라며 단일화 결과에 만족했다. 지난 총선에서 조국혁신당에 투표했다는 60대 여성 박모 씨 또한 “정권 심판을 위해서는 민주당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동에 사는 30대 남성 김모 씨는 “30·40세대에선 이렇게 일 못하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반감이 있다”며 “민주당에게는 어려운 지역이지만 사전투표함을 열었을 때 유의미한 결과를 얻는다면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고 분석했다.
일부 유권자들은 보수 우세 정치 지형에 재보선의 특성상 뻔한 결과를 예측하며 관심을 두지 않기도 했다. 60대 남성 박모 씨는 “민주당 출신 구청장이 크고 좋은 도서관을 지어줘도 부산 사람들은 고마운 줄도 모른다”고 토로했고, 민주당 지지자인 40대 남성 표모 씨도 “어차피 결과는 뻔할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