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오전 11시에 매진”… ‘한강 열풍’에 지방 독립서점도 ‘방긋’

"맨부커상 때보다 3배는 팔려"

'한강 운영' 독립서점도 '북적'

침체기 지방 독립서점들 미소

감소세도 수도권보다 지방 뚜렷

업계 "사회전반에 독서 자리잡길"

13일 강원도 소재의 한 독립서점에 방문한 시민들이 독서를 하고 있다. 채민석 기자13일 강원도 소재의 한 독립서점에 방문한 시민들이 독서를 하고 있다. 채민석 기자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53)의 저서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 시내 주요 대형 서점들은 물론 최근 독서율 하락 여파로 잇따른 폐업을 면치 못하는 등 침체기에 빠져 있던 지방 독립서점들도 간만에 내린 단비에 미소를 짓고 있다.



지난 13일 강원도 강릉시의 대표적인 한 독립서점에 들어서자 “현재 한강 작가 도서가 완판된 상황이다. 도서 주문을 받아 배본돼 도착하는 대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해당 서점이 비치해 놓은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검은 사슴’ ‘흰’ ‘작별하지 않는다’ 등 한강 작가의 대표 저서 신청 목록 아래에는 신청자들의 이름이 빼곡했다.

이날 서점에는 주말을 맞아 독서를 하러 온 시민들도 가득했으며, 여행 차 강릉에 방문했다 서점을 일부러 찾은 외지인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한강 작가의 책을 찾던 일부 손님들은 “다 팔렸다”는 직원의 말을 듣고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서점 관계자는 “평소 독서에 관심이 있는 시민들 위주로 방문하는 곳이라 만해문학상, 김유정문학상 등 국내 주요 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될 때마다 사람들이 몰렸었다”라며 “이번에는 세계적인 권위를 갖고 있는 노벨문학상이다 보니 다른 문학상들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강 작가가 맨부커상을 수상했을 당시에도 저서가 많이 팔리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3배는 더 판매된 것 같다”라며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가 난 바로 다음날 오전부터 전화 문의가 쏟아졌고, 오전 11시에는 구비된 30여 권의 책이 모두 동났다”고 덧붙였다.

한강 작가가 운영하는 종로구 통의동의 독립서점 ‘책방오늘’에도 시민들이 붐볐다. 책방오늘은 지난 13일 방문객이 몰리자 ‘당분간 쉬어간다. 재영업일은 이후 공지하겠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붙이고 기약 없는 영업 중단에 들어선 상태다.



한강 작가의 책을 사러 서점 5곳을 둘러봤지만 끝내 구하지 못했다는 시민 정 모(31) 씨는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조금 늦게 접해 뒤늦게 시내 서점을 돌아다녀 봤지만 구할 수 없었다”며 “노벨문학상 작가의 책은 전자책이 아닌 실물 책으로 읽고 싶어 출판사들이 다시 책을 인쇄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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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점에 비치된 안내문(좌)과 한강 작가의 대표작을 설명해 놓은 안내판. 채민석 기자독립서점에 비치된 안내문(좌)과 한강 작가의 대표작을 설명해 놓은 안내판. 채민석 기자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을 가장 반기는 곳은 최근 매출 부진에 시달리고 있던 지방 독립서점들이다. 실제 지방 독립서점들은 독서인구 하락으로 직격탄을 맞고 하나 둘 쓰러지고 있다.

한국서점조합회가 발간한 ‘2024 한국서점편람’에 따르면 2024년 우리나라 서점은 총 2484곳으로, 지난 2022년 2528곳 대비 44곳(1.71%) 줄어들었다. 9년 전인 2005년과 비교하면 1000곳 가량 감소했다.

특히 인구가 적은 지방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024년 기준 전국 서점의 절반 가량인 1071곳이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수도권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지역인 부산도 184곳에 불과하다. 감소세 또한 지방이 뚜렷하다. 2021년 대비 2023년 서점 수를 비교했을 때, 감소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전북으로 133곳에서 106곳으로 20.3% 감소했다. 그 뒤를 이어 대전이 10.2%, 광주가 9.9%, 충남이 9.6% 감소했다. 서울은 0.8% 줄어드는 데 그쳤으며, 경기는 12.6% 증가했다.

그러다 보니 서점이 없는 지역도 올해 기준 2년 전 대비 3곳이 증가한 10곳에 달한다. 서점이 없는 지역은 옹진군, 무주군, 순창군, 장수군, 임실군, 군위군, 봉화군, 울릉군, 청송군, 의령군 등이다. 서점이 한 곳뿐인 지역 또한 강원 6개 군, 충북 3개 군, 충남 2개 군, 전북 1개 군, 전남 9개 군, 경북 4개 군 등 전국 25곳이 모두 수도권 외에 위치한다.

이에 한강 작가가 쏘아 올린 ‘독서 열풍’이 지방 독립서점들에게 단비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한 서점업계 관계자는 “한강 작가의 수상 이후 여기저기서 ’독서 붐(boom)은 온다’는 말이 유행하고 있는 만큼 서점 업계도 매출 회복이라는 큰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라며 “’독서 장려’라는 말도 찾아보기 힘들 만큼 서적 시장이 침체돼 있었는데, 이번 기회로 다시 사회 전반에 독서가 자리 잡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10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강 작가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시상식은 오는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채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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