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100년 넘게 살아보니 깨달은 것은 ‘사랑’이 인생서 가장 중요”

■“104세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

“사랑은 희망이자 만병통치약…우리 삶에서 없어선 안 돼”

“황혼이혼, 경제적 빈곤 가져오면서 사랑 없는 삶 살게 해”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면서 인생에서 사랑의 중요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규빈 기자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면서 인생에서 사랑의 중요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규빈 기자




‘최고령 철학자·교수·수필가.’ ‘건강과 장수의 대표.’ ‘100세 시대의 아이콘.’



올해 104세인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를 지칭하는 수식어다.

김 교수는 그동안 철학자답게 ‘행복’과 ‘인생’에 대해 주로 이야기하다 최근에는 ‘100세 철학자의 사랑수업’이라는 책을 출간하고 ‘사랑’을 설파하고 나섰다.

16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호텔 카페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가진 그는 이번에 펴낸 책에 대해 “인생이란 서로 사랑을 나누면서 행복과 보람을 같이하는 것”이라며 “이번에 출간한 책에는 남녀 간의 사랑뿐 아니라 부모 자식 간, 친구 간, 동료 간 사랑 등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이 왜 중요한가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인생에서 건강도 중요하고 경제적 문제도 무시할 수 없는 등 여러 중요한 요소가 많은데 내가 100년을 넘게 살아보니 우리 인생에서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사랑은 희망이고 만병통치약이면서 우리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철학자인 그가 ‘사랑은 무엇일까’를 고민하고 깨달은 것은 아주 오래전부터라고 한다. 이야기는 1968년 발생한 한 군인의 수류탄 투척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북 안동의 한 고아원 출신인 이 모 육군 중사는 휴가를 나가도 찾아갈 가족이 없고 정과 사랑을 나눌 사람도 없어 자학감과 의욕 상실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중사는 수류탄 2발을 소지하고 탈영해 술을 마신 뒤 안동 거리를 헤매다 한 극장에서 나오는 사람들을 향해 수류탄을 투척, 많은 사상자를 냈다. 경찰과 군에 체포된 이 중사는 사형을 선고받았고 형 집행 전 만난 군종목사에게 안구를 기증하겠다는 유언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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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목사는 이 중사를 만났을 때 ‘이렇게 된 것은 나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이 너에게 사랑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고 했다는데 정말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후 이 중사의 안구를 적출한 안과 군의관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중사가 ‘자신의 눈을 받은 사람은 여러 사람을 사랑하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김 교수는 ‘사랑은 희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면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규빈 기자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면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규빈 기자


김 교수는 특히 부부의 관계는 시간이 갈수록 사랑이 더 크게 확장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부는 사랑해서 결혼을 하고 이후 자녀를 낳고 아웅다웅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부부가 나이를 먹게 되면 이전에 느꼈던 ‘사랑’은 ‘인간애’로 발전한다”며 “요즘 나이 먹고 이혼하는 부부들이 늘어 안타까운데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 중 하나가 황혼 이혼”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황혼 이혼을 하게 되면 우선 재산을 분할해야 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고 무엇보다 외로움이라는 것이 찾아오게 된다”면서 “외로움은 사람을 빨리 늙게 하고 정신건강도 해치며 사랑이 없는 삶을 살게 하는 불행의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학자이자 작가인 김 교수는 우리나라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에게 축하를 아끼지 않으면서 한국 문학계의 발전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우리나라 문학이 이제 국제 무대에서도 통하게 됐음을 보여준 쾌거”라며 “한강의 영향을 많이 받아 앞으로 국내 문학계에서 훌륭한 작가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역시 장수 비결에 관한 것이라고 한다. 김 교수는 “연세대에서 65세에 정년퇴직한 후 70세까지 일을 해보자는 생각, 즉 70세까지 살아보자는 목표를 정했다”며 “그러다 80세까지를 목표로 하고 또 90세, 이후 100세를 목표로 하다 보니 지금 만 104세가 됐다”고 했다. 또 “장수의 비결은 무엇보다 정신건강인 것 같다”며 “사람들이 서로를 사랑하고 희망과 목표를 가지고 살면 정신건강도 유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아직 지팡이 없이 거동도 잘하고 보청기를 끼지 않아도 대화를 하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정정하다. 인터뷰를 시작한 지 한 시간쯤 지나 마무리할 무렵 ‘한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는데 피곤하거나 힘들지 않냐’고 묻자 김 교수는 “70분까지는 이야기를 해도 끄떡없는데 이제 60분이니 아직은 괜찮다. 10분만 더 이야기 하면 좀 힘들어질 것 같다”고 유쾌한 농담을 건넨 뒤 인터뷰를 마쳤다.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출간한 책 ‘100세 철학자의 사랑수업’ 표지.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출간한 책 ‘100세 철학자의 사랑수업’ 표지.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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