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 일본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1300명이 넘는 후보가 등록을 마치고 선거 운동에 돌입한 가운데 경찰의 ‘현장 경호’에 비상이 걸렸다. 2022년 참의원 선거 유세 도중 아베 신조 전 총리가 개조한 사제 총에 맞아 사망하고, 지난해 4월엔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가 중의원 보궐선거 지원 연설에 나섰다가 사제 폭탄 테러에 노출됐으나 긴급 대피해 다치지 않았다. 최근 미국 대통령 선거 유세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암살 미수 사건이 발생하는 등 정치인을 겨냥한 테러가 잇따르면서 일본 경찰도 거리 유세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17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지난 15일 중의원 후보 등록 마감 결과 이번 선거 출마자는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해 총 1344명으로 최종 집계됐다. 이는 직전 2021년 10월 선거 당시 1051명보다 293명 많은 수치다.
출마자가 늘면서 경찰 당국은 유세 현장에서의 후보 습격에 대비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불법 사제총의 위협이 높아짐에 따라 사각지대가 발생하기 쉬운 ‘후방’과 건물 상층부 같은 ‘고지대’를 중점적으로 경비하고, 의심스러운 드론은 방해 전파로 조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5일 도쿄 도시마구의 이케부쿠로역 앞에 마련된 한 유세장의 경우 청중의 소지품 검사를 진행하고, 청중 구역은 후보자와 5m 떨어지게 만들었다. 연설에 나설 후보자 뒤로는 총격을 막기 위해 검은색 방탄 매트를 세웠고, 차량이나 보행자가 20m 이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울타리를 별도로 세웠다. 닛케이는 “주변 건물 옥상에도 높은 곳을 주시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찰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번 중의원 선거는 2022년 아베 전 총리의 피격 사건 이후 첫 대형 국정 선거다. 경찰 간부는 닛케이에 “경찰의 본분이 시험대에 오른 만큼 경호 실패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베 전 총리 피격 사건 당시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온 후방 경호는 이번에 특별히 신경 쓴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지난 7월 트럼프 전 대통령 총격 사건의 범행 장소가 유세 현장 밖 건물 지붕이었다는 점에서 고지대도 중점 경호 대상에 포함시켰다.
일본 경찰청은 아베 전 총리 총격 사건 이후 2022년 8월 도도부현의 경호 계획을 심사하는 구조를 도입, 올 9월까지 총 7200건을 심사해 인원 배치 및 대피 경로 등을 수정했다. 이 밖에도 각 지역에 드론을 배치,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상공에서 통상의 움직임과는 다른 행동을 파악하는 시스템 도입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