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파트너스와 경영권 분쟁을 하고 있는 고려아연(010130)이 약 5500억 원의 자금을 확보해 자사주 공개매수를 위해 긴급히 마련한 차입금 일부를 상환한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해외 자회사인 아크에너지의 계열사 맥킨타이어(Ark Energy Macintyre Pty Ltd)로부터 5504억 원(AUD 6억600만달러)의 대여금을 상환 받고, 이를 채무 보증으로 전환하기로 17일 이사회에서 결의했다. 아크에너지는 호주 현지 신재생에너지 전문 업체이다. 이 5504억 원은 공개매수가 끝나자마자 금융기관 차입금 일부를 상환하는 데 쓸 계획이다. 대출 계약 체결일은 오는 31일이며 채무보증기간 시작은 계약체결 진행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
이번 결정은 오는 23일까지 진행하는 자사주 취득 공개매수의 재원 대다수를 차입금으로 마련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자기자본을 늘리겠다는 계획이 이르면 21일께 나올 법원의 자사주 공개매수 금지 가처분 신청 판결에 영향을 줄지도 주목된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주당 89만원의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해 최대 17.5%(베인캐피탈 2.5% 제외)인 362만3075 주 확보를 계획하고 있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에는 3조2245억 원이 투입되는데 이 중 자기자금은 5700억 원이다. 나머지는 메리츠금융(1조 원)과 하나·SC제일은행(1조6545억 원)에서 2조6545억 을 조달한다.
금융권인 하나·SC 차입은 각각 5.5% 고정금리와 4.67% 변동금리로 9개월 및 1년 안에 갚아야 한다. 1조 원의 메리츠 사모사채는 1년 만기로 6.5% 금리다.
이번에 마련한 5504억 원은 주당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공개매수가를 높이면서 늘어난 자금(4910억 원)과 엇비슷한 규모다. 5504억 원을 곧장 갚는다면 자기자금이 1조1204억 원이 투입되는 효과를 가져오는 셈이다. 이자 부담도 일부 줄일 수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공개매수신고서를 바꾸기는 힘들어 끝나자마자 차입금을 갚을 계획”이라며 “긴급하게 마련한 것은 아니고 이미 예정돼있던 건”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영풍·MBK는 지난 14일까지 진행한 주당 83만원의 공개매수를 통해 5.34%의 지분을 확보함에 따라 33.13%에서 38.47%로 지분율이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