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영풍과 경영권 분쟁 중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우군으로 꼽히는 글로벌 원자재 중개 기업 트라피구라 회장과 다음달 만난다. 고려아연 지분 1.49%를 보유한 트라피구라는 2차전지 핵심 소재인 니켈 제련 사업에도 공동 투자하는 등 최 회장이 주도해온 신 사업의 최대 파트너 중 하나로 꼽힌다. MBK 측 공세를 막을 수 있도록 트라피구라가 최 회장 측에 백기사로 적극 나설지 주목된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제레미 위어 트라피구라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와 리처드 홀텀 이사 겸 차기 CEO가 다음 달 중순 한국을 찾아 최 회장 등 고려아연 경영진과 회동할 예정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고려아연과 트라피구라가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갖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트라피구라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프랑스 다국적 기업으로 세계 최대 원자재 거래 중개 회사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지난해 매출액 규모가 2443억달러(약 335조원)에 달한다. 고려아연과는 원료 구매 등 비즈니스 영역에서 오랜 시간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2022년에는 고려아연의 자사주를 2000억 원에 매입하며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해 현재 고려아연 지분 1.49%를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트라피구라를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으로 분류한다.
트라피구라는 지난해 11월 고려아연의 자회사 켐코와 1850억 원 규모의 올인원 니켈 제련소 투자 협약을 맺고 연간 2만∼4만톤의 니켈 원료를 조달하는 장기 계약을 체결하는 등 최근 고려아연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최 회장의 신 성장 동력인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략에 힘을 싣는 행보였다.
최 회장은 사적으로도 제레미 위어 회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컬럼비아대 로스쿨 출신으로 뉴욕주 변호사 자격이 있는 최 회장이 국제 비즈니스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만나 사업을 논의하는 관계로 발전했다는 후문이다.
재계에서는 양측이 전략적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라피구라가 최 회장 측 적극적인 백기사 역할을 맡아 자사주 매입이나 지분 교환, 주식 장내 매수 등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최 회장은 경영권 수성을 위해 총력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다. MBK 측은 고려아연 공개매수(5.34%)를 통해 38.47%의 지분율을 확보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