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 지표 호조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엔화 가치가 약 2개월 반 만에 장중 달러당 150엔대로 하락했다.
18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장 시작과 함께 약세를 보이며 한때 달러당 150.26엔을 찍었다. 전날 뉴욕 외환시장에서도 달러당 150.2엔 수준에서 거래되며 엔저 흐름을 이어갔다. 엔화 가치가 달러당 150엔 선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8월 이후 약 2개월 반만이다.
이날 엔화 약세는 전날 발표된 미국의 경제 지표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NHK는 “지난달 미국 소매판매가 시장 예상을 뛰어넘어 소비의 견고함을 보여줬고, 신규 실업수당신청 건수는 시장 예상을 밑돌면서 노동시장의 견조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가 완만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퍼졌다”고 설명했다. 미·일의 금리 차가 좁혀지기 어렵다는 시각에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는 움직임이 강화됐다는 것이다.
엔은 9월 중순 연초 후 최고가인 달러당 139엔대를 기록한 뒤 최근까지 10엔 넘게 떨어지며 엔저 전환한 상태다. 9월만 해도 미국의 피벗(금리 정책 전환)으로 큰 폭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확산하고, 일본의 금리 인상 움직임까지 맞물려 ‘엔화 강세’가 전망됐다. 그동안 엔화 가치 하락을 부추겨 온 배경이 양국의 금리 차를 이용한 엔-캐리 트레이드(저금리의 엔화를 빌려 고금리의 달러 자산에 투자)였던 만큼 미국과 일본의 정책 변경으로 금리 격차가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에 캐리 트레이드를 겨냥한 엔화 매도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경제 지표가 견조하게 나오면서 금리 인하 속도가 완만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퍼졌고, 다시 달러 강세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 1일 취임한 일본의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취임 전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에 긍정적이던 입장을 바꿔 ‘지금은 금리를 올릴 환경이 아니’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여 일본의 금리인상 기대감도 후퇴했다.
한편, 엔화가 장중 150엔선으로 떨어지면서 일본 재무성도 투기 세력에 대한 견제에 나섰다. 미무라 아쓰시 재무성 재무관은 이날 기자단에 “(엔화 가치가) 다소 일방적으로, 또는 급격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투기적인 움직임을 포함해 시장 동향을 긴장감을 갖고 주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