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동차 시장은 말 그대로 혼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전통적인 내연기관의 발전은 물론 되찾은 로스트 테크놀로지라 할 수 있는 전기차는 물론이고 하이브리드, 수소 기반의 생태계 등 다양한 방식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볼보(Volvo)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 그리고 순수 전기차 등 전동화 중심의 승용차를 선보이고 있다. 또한 트럭 등의 상용차 부분에서는 ‘수소에 대한 대비’를 이어가며 시대의 주류가 무엇인지 가늠하고 있다.
볼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기술을 담아낸 플래그십 세단인 S90 리차지는 어떤 매력과 가치를 제시할까?
시승을 위해 준비된 S90 리차지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탑재했다는 것 외에는 일반적인 S90과 큰 차이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 차량의 체격은 물론 주요 구성 등을 모두 공유하고 있다.
브랜드의 제원에 따르면 S90 리차지는 5,090mm에 이르는 넉넉한 전장과 함께 각각 1,890mm와 1,455mm의 전폭과 전고를 통해 넉넉하고 매끄러운 플래그십 세단의 감성을 능숙히 드러낸다. 여기에 휠베이스는 3,060mm로 2열에 대한 기대감을 더한다. 다만 공차중량은 2,130kg로 상당한 수준이다.
여전히 매끄럽고, 세련된 세단
지난 2015년, 볼보는 브랜드의 플래그십 SUV이라 할 수 있는 2세대 XC90을 공개하며 ‘브랜드의 새로운 디자인 기조’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토마스 잉엔라트의 손길을 거쳐, 볼보 특유의 단정함을 그대로 유지하며 더욱 세련된 감성의 디자인은 이내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어 등장한 플래그십 세단, S90 역시 이러한 디자인을 그대로 계승했다. 단정하면서도 이전보다 한층 세련된 스타일을 과시하는 프론트 그릴과 볼보 특유의 ‘토르의 망치’ 라이팅 시그니처, 그리고 전륜구동 기반에도 불구하고 늘씬하게 그려힌 보닛과 차체 등은 ‘프리미엄 세단’의 새로운 기폭제와 같았다.
여기에 바디킷 하단에 그려진 가로로의 크롬 가니시는 전면 부분의 너비를 강조하는 것은 물론이고 측면으로도 이어져 차량을 더욱 늘씬하고, 여유롭게 표현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명료하고 청아한 느낌의 흰색의 차체 역시 ‘시각적인 매력’을 한껏 끌어 올린다.
이어지는 측면에서는 긴 보닛, 그리고 늘씬한 차체가 돋보인다. 전륜구동 기반의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전륜 오버행을 짧게 그려내며 시각적인 여유, 균형감을 한껏 높였다. 여기에 매끄러운 루프 라인, 그리고 길게 뻗은 차체 등은 플래그십 세단이 갖춰야 할 여유를 능숙히 표현한다.
덧붙어 후면에는 더욱 명료하고 선명한 라이팅을 더하고 바디킷 하단에도 길게 이어진 크롬 가니시가 자리하며 ‘명료함’과 고급스러움의 절묘한 조화를 선사한다. 참고로 트렁크 게이트 오른쪽에는 T8 트윈 엔진 배지가 자리해 ‘리차지’의 퍼포먼스를 기대하게 만든다.
매력적인 플래그십의 공간
무릇 플래그십 모델의 실내 공간은 브랜드의 다른 차량보다 더욱 넉넉하고 화려하며, 또한 기능적인 부분에서도 ‘차별화된 매력’을 품고 있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S90 리차지의 실내 공간은 ‘특별함’은 내심 부족한 공간일지 모른다. 그러나 애초에 볼보가 실내 공간에 배치하는 구성 요소들의 완성도는 물론, 그 만족도도 워낙 뛰어난 만큼 부족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특유의 따듯하고 안정적인 공간에는 다양한 기능이 매력을 과시한다.
물리적인 버튼을 억제하고, 우아하면서도 세련된 연출이 매력을 더한다. 여기에 KT와 함께 개발한 새로운 통합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더해져 다채로운 기능을 손쉽게 누릴 수 있다. 또한 바워슨&윌킨스 사운드 시스템의 매력 역시 인상적이다.
이어 1열의 공간은 물론, VIP를 위한 2열의 공간까지 모두 준수한 모습이다. 차량의 체격이 가진 한계로 절대적인 공간이 넉넉한 편은 아니지만 깔끔하고 고급스럽게 다듬어진 시트, 그리고 다채로운 기능 요소들이 1열의 운전자는 물론이고 동승자에게도 만족감을 보장한다.
이어지는 2열 공간은 넉넉한 휠베이스를 통해 2열 탑승자의 만족감을 높인다. 특히 새롭게 다듬어진 암레스트는 더욱 인상적이다. 여기에 시트 조절 기능 및 마사지 기능이 더해진다. 다만 2열 탑승자를 위한 엔터테인먼트 기능의 ‘특별한 부분’은 없어 아쉽게 느껴진다.
적재 공간도 준수하다. 특유의 서스펜션 구조로 넓고 깊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공간 자체도 무척 깔끔히 다듬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제원 상 적재 공간은 436L로 준수한 편이다. 다만 적재 공간의 너비나 깊이는 괜찮은 편이지만 높이가 다소 낮은 편이라 사용의 유의가 필요했다.
우수한 퍼포먼스, 빈 틈 없는 T8 트윈 엔진
S90 리차지의 핵심은 전동화 흐름에 맞춘, 그리고 우수한 기능과 ‘경쟁력’을 가진 T8 트윈 엔진 중심의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것에 있다.
볼보 내연기관 라인업의 중심이 되는 직렬 4기통 2.0L 터보 엔진이 317마력과 40.8kg.m의 토크를 담당하고, 여기에 107kW에 이르는 강력한 성능의 전기 모터가 합을 맞춘다. 덕분에 배터리의 여유만 충분하다면 언제든 능숙하게 합산 출력 455마력, 그리고 72.3kg.m에 이르는 견고한 토크를 자랑한다.
여기에 8단 기어 트로닉, 그리고 AWD 시스템이 조합되어 우수한 가속 성능(0>100km/h 4.8초) 및 다양한 주행 환경에 대응한다. 또한 넉넉한 배터리 덕분에 전기로도 65km의 거리를 달릴 수 있다. 참고로 공인 연비는13.0km/L로 뛰어며, 전기 역시 3.6km/kWh 수준이다.
따듯한 정교함, 그리고 성능의 매력까지
S90 리차지를 충분히 둘러본 후 본격적인 주행을 위해 도어를 열고 시트에 몸을 맡겼다. 특별함보다는 익숙하게, 그리고 강렬함보다는 안정적으고 구성된 공간과 자연의 질감,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연출 등이 공간의 매력을 더한다. 말 그대로 ‘볼보다운 모습’을 느낄 수 있다.
흔히 기술 중심의 사상, 혹은 그 결과물에 대해 ‘차갑다’는 표현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볼보의 차량들은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어딘가 모를 따듯함이라는 특별함을 선사한다. 그리고 이러한 매력은 S90 리차지에서도 그대로 느껴지는 부분이다.
사실 극한의 역동성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면 2.0L 터보 엔진이 내는 317마력으로도 S90을 이끌기엔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볼보는 여기에 강력한 전기 모터를 더해 455마력이라는 걸출한 출력, 그리고 72.3kg.m에 이르는 풍부한 토크를 언제는 끌어낼 수 있도록 했다.
덕분에 S90 리차지는 말 그대로 ‘운전자의 의지’에 따라 어떤 움직임도 능숙히 해내는 모습이다. 폭발적인 가속 성능을 만끽할 수도 있으며, 전기 모터 중심의 ‘고요한 주행’까지 언제든 가능하다. 그리고 이러한 출력 전개의 ‘매끄러움’ 역시 무척 인상적이라 만족감을 높인다.
여기에 합을 이루는 8단 기어트로닉 역시 준수한 모습이다. 어떤 특성이나 성향이 있다기 보다는 ‘올 라운더’의 성향이다. 덕분에 특별한 조작이나 세팅이 없어도 차량을 이끄는 데에 아쉬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차량의 성격이 ‘온순한 편’이라 하더라도 455마력이라는 걸출한 힘을 가진 차량에 시프드 패들이 존재하지 않는 점은 ‘차량의 성격’과 별개로 개인적인 아쉬움울 자난낸다. 여기에 기어 노브를 좌우로 다루는 수동 변속 역시 ‘다루는 즐거움’과는 거리가 있다.
플래그십 세단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세단 사양인 만큼 운전자의 만족감과 더불어 2열에 탑승할 수 있는 VIP에게 보다 쾌적하고 여유로운 안정감을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S90 리차지 역시 이러한 성향을 잘 담고 있다. 실제 데뷔 초기의 S90은 매력적이지만 볼보 특유의 기계적 움직임의 특성이 다소 도드라지는 편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S90 리차지는 더욱 부드럽고 능숙하게 조율된 전륜 서스펜션으로 승차감을 개선했다.
실제 일상적인 주행에서의 승차감은 물론이고 요철, 과속방지턱은 물론 포트 홀과 같은 순간적인 충격 발생 상황에서도 한층 능숙한 여유를 선사한다. 덕분에 S90 리차지는 운전자는 물론, 2열 탑승자 모두에게 ‘안락하고 여유로운 일상’을 보장한다.
때로는 볼보 특유의 기계적인 질감 등이 느껴지는 순간도 있지만 ‘주행의 여유’를 유지함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또한 파일럿 어시스트는 물론이고 볼보가 자랑하는 다양한 안전 기술들을 언제든 누릴 수 있어 주행 전반에 걸쳐 높은 만족감이 이어진다.
더불어 전기로 달리는 퓨어 모드는 물론 최적의 출력 배분을 추구하는 하이브리드, 그리고 모든 동력원의 전력을 다하는 ‘파워’ 모드 등 다양한 주행 모드를 통해 전동화 주행의 매력, 그리고 특징을 만끽할 수 있도록 해 차량의 가치 역시 능숙히 끌어 올린다.
특히 제원 상 배터리를 모두 채웠을 때 약 65km를 전기의 힘으로 달릴 수 있다. 그러나 운전자에 따라 차이가 있다. 실제 도로의 흐름을 잘 파악하고 올바른 주행 습관을 가진 경우에는 그보다 훨씬 긴 거리를 달릴 수 있어 ‘전기차에 가까운 모습’이 드러난다.
좋은점: 여전히 매력적인 구성 요소들과 만족스러운 주행 성능
아쉬운점: 절대적인 ‘체급의 한계’, 더러 드러나는 4기통 엔진의 질감
가장 합리적인 플래그십 세단, S90 리차지
과거 캐딜락이 브랜드의 대형 세단, CT6를 국내 시장에 선보이며 ‘합리적인 플래그십 세단’이라는 타이틀을 차지한 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2024년 현재, 가장 합리적이며, ‘합리적’이라는 표현을 제외하더라도 경쟁력을 갖춘 차량은 어쩌면 S90 리차지가 유일한 상황이다.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 등… 다양한 기술의 발전을 바라보고 미래를 기대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만 ‘지금 당장을 위한 차량’, 그리고 ‘앞으로 후회하지 않을 차량’을 선택하는 것 역시 어쩌면 소비자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특별하고, 고유한 권리일 것이다.
촬영협조: HDC 아이파크몰 용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