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2일 한미사이언스의 주주 명부 폐쇄를 앞두고 이 회사와 한미약품의 주가가 급등했다. 한미약품그룹 총수 일가 간 경영권 분쟁이 다음 달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의결권을 선점하려는 표 대결로 비화하면서 거래량도 10배 가까이 폭증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임시 주총서 표 대결에 영향을 줄 ‘제3자’의 등판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전 거래일 대비 8.85% 오른 35만 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미사이언스도 10.15% 오른 3만 6350원에 마감했다. 이달 1~17일 하루 평균 각각 181억 원, 34억 원이었던 두 회사의 거래대금도 이날은 1629억 원, 680억 원까지 급증했다. 한미사이언스의 경우는 기관투자가들이 58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이날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가 초강세를 보인 것은 한미사이언스의 임시 주총 주주명부 폐쇄일을 앞두고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한미사이언스는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11월 28일 임시 주총을 개최하기로 의결했다. 임시 주총 개최를 위한 주주명부 폐쇄 기준일은 이달 22일로 잡았다.
임시 주총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주현 부회장 등 ‘3자 연합’의 요청으로 열리게 됐다. 송 회장 등 3자 연합과 특별관계자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48.13%, 임종윤·종훈 형제와 그들의 특별관계자 지분은 29.70%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양측이 주총에서 국민연금과 기관, 소액주주 등의 표심을 얻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룹의 핵심 사업회사 한미약품은 지난 8월 ‘독자 경영’을 선언한 이후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와 두 달 가까이 불협 화음을 겪고 있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총 9명이다. 지난 3월 정기 주총에서 임종윤·종훈 형제 측 이사가 대거 선임된 까닭에 현재는 5대4로 형제 측이 유리한 상황이다.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을 요구하는 3자 연합은 정관 변경과 신규이사 선임을 통해 5대6의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총에서 3자 연합이 요구한 이사회 정원 확대와 임 부회장·신 회장 등 2명에 대한 이사 선임 안건이 모두 통과된다면 이들이 그룹 경영권을 가져가면서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의 관계가 재정립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임시 주총에서 이사회 정원 확대와 신규 이사 선임 안건이 모두 부결된다면 그룹 경영권은 형제 측이 계속 갖게 된다. 이 경우 그 이후 열릴 것으로 전망되는 한미약품 임시 주총에서 한미사이언스가 요구한 박 대표의 이사 해임 안건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