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미룰 수 없는 노동개혁의 핵심 과제[BOK 경제강좌]

김종욱 한국은행 경제교육실 교수





올해 한국 노동시장은 취업자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고용률 70% 내외(15~64세 기준), 실업률 2%대 중반(계절조정 기준)을 기록하면서 비교적 양호한 모습이다. 그러나 양적인 지표와 달리 청년층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취업 전망에 대한 인식도 부정적이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고용구조 문제와 관계가 깊다. 주요 개선 과제로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 청년실업 증가, 노동인구 감소, 생산성이 낮은 자영업의 과도한 비중 등을 들 수 있으며 이중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는 여러 문제의 핵심 고리라고 할 수 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란 노동시장이 두 개의 시장으로 나뉘어 임금 수준, 안정성 등 근로조건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느 나라나 업종별, 규모별 노동시장 간 근로조건이 다를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대다수 임금근로자가 중소기업에서 근무하고, 비정규직 비중이 높은 가운데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근로조건의 격차가 매우 크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80년대 중반까지 우리나라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은 대기업의 90% 정도로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대기업 중심의 성장이 지속되고, 특히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심화되었다. 더욱이 양 시장 간 이동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이중구조 문제가 뚜렷하게 부각되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임금수준과 직업안정성이 높고 근무환경이 양호한 ‘1차 노동시장’(primary sector)과 임금수준과 직업안정성이 낮고 근무환경이 좋지 않은 ‘2차 노동시장’(secondary sector)을 나누어 분석하는데, 대체로 대기업 정규직에 근무하면 1차 노동시장, 비정규직 또는 중소기업에 근무하면 2차 노동시장에 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2023년 8월 현재 대기업 정규직에 근무하는 1차 노동시장 종사자는 260만 명으로 전체 임금근로자의 약 12%를 차지하며, 2차 노동시장 종사자는 1936만 명으로 약 88%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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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차 노동시장과 2차 노동시장은 임금, 직업안정성, 퇴직연금 등 여러 면에서 차이가 크다. 2022년 대기업 임금노동자의 평균소득은 591만 원으로, 중소기업 임금노동자 평균소득 286만 원의 2.1배에 달한다. 또한 대기업 일자리의 평균근속기간은 7.9년으로, 중소기업 3.9년의 2.0배이다. 뿐만 아니라 교육훈련, 작업위험 등 여타 근로조건에서도 1, 2차 노동시장 간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 이러한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공고하게 유지되는 이유는 무엇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경영여건이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인건비를 부가가치, 즉 인건비, 영업잉여, 금융비용 등 세가지 요소의 합으로 나눈 노동소득분배율을 보면, 2022년 중소기업은 81.7%, 대기업은 61.3%로 조사되었다. 같은 100만 원을 벌어도 중소기업은 인건비로 약 73만 원을 지불하고 9만 원을 남기는 데, 대기업은 46만 원 정도만 인건비로 지불하고 23만 원을 남겨 가져간다. 이는 대기업이 더 많은 임금을 지급하면서도 중소기업에 비해 많은 이익을 남기고,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적은 영업잉여 등으로 인건비를 지급할 여력이 크지 않음을 의미한다.

노동시장 간 격차는 우리사회에 여러 가지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첫째, 1980년대 후반부터 확대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격차는 계층별 소득분배의 불평등 정도를 크게 한 것으로 평가된다. 둘째, 노동소득에 의존하는 2차 노동시장 근로자들의 열악한 근로조건은 개인의 삶과 우리경제의 내수에 의한 성장을 제약할 것이다. 셋째, 2차 노동시장에 근무하는 종사자들은 괜찮은 일자리 부족으로 비자발적으로 일자리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근로자들이 업무에 몰입하지 못하고 장기 근무를 해도 숙련도가 축적되지 않기 때문에 적극적인 기술 습득이나 노동생산성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1차, 2차 노동시장 간 단절이 견고해지면서 대학졸업자가 2차 노동시장을 기피하고, 청년실업자가 양산되는 현상이 심화되었다. 대학을 졸업한 청년층의 경우 일자리 선택이 평생의 커리어를 좌우하는 일로 인식됨에 따라, 처우가 열악하고 좋은 일자리로 이직할 가능성이 낮은 2차 노동시장에 취업하기보다 취업이 늦어지더라도 1차 노동시장에 진입하고자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책당국은 대기업 우위의 하청 관계에서 불공정 사례가 없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거래가 최대한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시장 질서를 확립해야 한다. 중소기업은 기술개발과 생산성 제고를 통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로도 수요기반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중소기업은 대기업과의 관계에서 협상력을 한층 높여 나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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