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부처 수장과 석학 등이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폭탄’ 공약에 대해 미국에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관세 인상은 결국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저소득층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17일(현지 시간) 트럼프의 보편관세 공약에 대해 "(구체적인) 타깃이 없는 광범위한 관세는 미국 가정의 물가를 올리고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취임 시 중국에 60%의 관세를 때리고 미국으로 수입되는 전세계 모든 제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옐런 장관은 이날 뉴욕에서 미국외교협회(CFR)가 진행하는 대담에 참석하기 앞서 배포한 연설문에서 "우방이나 경쟁국 모두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거나 가장 가까운 동맹국조차 거래 파트너로 보고 미국을 (세계로부터)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은 크게 잘못된 것"이라면서 이같이 꼬집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도 고율 관세가 미국 가계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같은 날 뉴욕타임스(NYT) 칼럼을 통해 관세 부과가 강달러로 이어져 세계 시장에서 미국 제품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이는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관세부과→고물가→금리 인하 지연→달러 강세→수출 감소’의 흐름이다. 이에 따라 미국 제조업에 오히려 타격을 줄 수 있고 무역 상대국들의 보복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크루그먼은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불러일으켜 가계 생활비를 상승시킬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가 제시한 관세율을 적용하면 "물가 상승 효과가 2.88%이고 여기에 무역 파트너들의 보복 등이 더해지면 생활비 상승 폭은 3∼4%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트럼프를 직접 겨냥하지는 않았지만 전세계적인 보호무역 조치를 비판했다. 그는 CNBC 인터뷰에서 “각국의 보복적 무역 조치는 타깃으로 하는 대상 뿐만 아니라 정책을 실행하는 국가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보복적 무역 조치의) 비용과 편익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그것이 중기적으로 무엇을 의미할 수 있는지 따져보라고 조언하고 싶다”며 “관세는 일반적으로 도입한 국가의 기업과 소비자가 부담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