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돕기 위해 파병을 했다는 정보와 관련해 미국 내 안보 전문가들은 북러 협력의 위험 수위가 높아졌다고 진단하면서도 이번 파병이 북한의 체제 불안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북한이 파병의 대가로 러시아의 핵 기술 등을 이전받을 경우 글로벌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탈북을 막기 위해 파병되는 북한군 중 상당수가 핵심 성분 출신들로 구성됐을 수 있다”며 “러시아가 이들을 총알받이로 취급할 가능성이 있고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북한 내부의 불만이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결정은 포탄 재고가 소진된 상황에서 또 다른 외화벌이 방안을 찾아야 하는 김정은의 절박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했다.
이번 파병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한정해 판단할 것이 아니라 북·러·이란·중국 등의 협력 확대가 본격화하는 분기점으로 봐야 한다는 진단도 나왔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핵무기를 갖고 있는 두 개의 국가가 글로벌 질서를 교란하기 위해 기꺼이 협력할 의향이 있음을 보여주는 매우 중대한 사건”이라고 짚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푸틴은 북한 병력을 얻기 위해 절박한 입장이기 때문에 이전에 제공하지 않았던 기술, 특히 핵무기 설계 기술 등을 제공할 의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임스 린지 미국외교협회(CFR) 펠로십 담당 이사도 앞서 ‘2024년 대선: 미국은 독재국가들의 축에 맞설 준비가 돼 있는가’라는 보고서를 통해 북한군 파병을 언급하며 미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북·러·이란·중국의 협력 강화에 어떻게 대응할지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베넷 연구원은 “북한의 파병을 계기로 유럽 국가들도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자국의 군대를 파병하는 것을 매우 심각하게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국이 북한군의 파병에 대한 맞대응 차원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렸다. 베넷 연구원은 “적절한 대응이라고 생각하지만 전적으로 한국 정부가 결정할 문제”라고만 밝혔다. 반면 여 석좌는 “살상 무기 지원은 긴장을 더욱 높일 것이며 종국에는 핵확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면서 “이는 매우 다른 게임”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북한이 지속적으로 도발을 감행하고 북러 간 군사 협력이 확대되면서 중국의 전략적 인내도 시험대에 올랐다는 진단이 나왔다. 군사 전문가인 상하이정법대 니러슝 교수는 “국내 경제문제가 중요한 중국은 곤경에 처하고 싶지 않은 데다 우방국들이 곤경에 처하는 것도 원치 않는다”며 “중국은 이 삼각관계(북중러)가 갖는 의미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가만히 앉아서 지켜보기보다는 물밑에서 (북한·러시아에)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