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인공지능(AI)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AI를 활용해 개발자 3명이서 한 달만에 게임을 완성해 출시하는 사례가 등장하는 등 게임 개발 기간과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어 AI가 게임사들의 신성장동력으로 꼽히고 있는 까닭이다. 특히 AI 비플레이캐릭터(NPC)를 도입해 차별화를 꾀하는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어 향후 게임사들의 AI 인재 확보 전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259960)은 최근 거대언어모델(LLM)과 머신러닝 등 AI 연구개발(R&D) 분야 인재를 채용하고 있다. 올해 5월 두 자릿수 규모의 AI·소프트웨어(SW) 직군 신입 채용에 나선 데 이어 약 5개월 만에 다시 관련 경력직 채용에 나선 것이다. 크래프톤은 AI R&D 조직인 딥러닝본부와 함께 올해 3월 글로벌운영본부 산하의 AI전략팀을 신설하는 등 AI 조직 규모를 키우고 있다.
엔씨소프트도 최근 텍스트를 음성으로 바꿔주는 텍스트투스피치(TTS)와 자연어처리(NLP) 분야를 대상으로 AI 인재 확보에 나섰다. 지난 달 자연어를 입력하면 캐릭터 목소리를 생성해주는 AI 모델 ‘멀티버스 TTS’를 공개한 엔씨소프트는 연내 100종의 게임 캐릭터 음성을 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해당 서비스의 고도화를 위해 추가 인력 채용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넥슨 역시 자사 데이터 과학 연구조직인 인텔리전스랩스를 중심으로 AI 인재가 포진돼 있다. 생성형 AI를 활용해 이미지·동영상·사운드를 생성하고 자연어를 처리할 수 있는 AI 연구원을 채용 중이다. 스마일게이트와 NHN 등도 AI 인재 충원에 공을 들이고 있다.
주요 게임사들이 게임 시장 위축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AI에는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하는 모습이다. 특히 AI를 활용하면 게임 제작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어 선제적으로 인재 확보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크래프톤이 올해 5월 출시한 ‘마법소녀 루루핑’은 3명의 개발자가 AI를 활용해 1개월 만에 개발한 게임으로 주목받았다. 통상 하나의 게임을 만드는 데 최소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초단기·저비용으로 게임을 완성한 셈이다.
크래프톤뿐만 아니라 게임 제작에 AI를 활용하는 사례는 최근 들어 부쩍 증가하고 있다. 넥슨은 7월 AI를 활용해 실제 사진을 기반으로 게임 캐릭터를 생성하는 기술을 공개했다. 좋아하는 연예인의 사진을 업로드하면 AI가 이를 분석해 ‘메이플스토리’ 등 자사 게임의 캐릭터로 변환시켜주는 식이다. 이 외에도 넥슨은 실제 목소리 없이도 AI로 음성을 생성해주는 솔루션 ‘보이스 크리에이터’를 개발 중이다.
AI 기술로 다른 게임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는 게임사들도 등장하고 있어 향후 AI 인재 확보를 위한 경쟁은 더 뜨거워질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 중 하나인 AI NPC는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꼽힌다. 기존 NPC와는 달리 이용자의 상황과 감정 등에 맞는 답변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단순 게임 속 캐릭터가 아닌 이용자와 1대1로 소통하는 ‘게임 친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6월 크래프톤이 오픈AI의 최신 AI 모델 ‘GPT-4o’를 도입해 개발한 게임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을 출시한 데 이어 넥슨도 AI NPC 개발에 한창이다. 글로벌 기업 중에서는 텐센트게임즈와 엔비디아 등이 AI NPC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는 이용자가 직접 AI를 활용해 자신의 취향에 맞는 NPC를 제작해 즐기는 시대도 올 것”이라며 “독창적으로 답변을 내놓는 AI NPC의 도입으로 신규 이용자는 물론 과거 유저들도 다시 흥미를 갖고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고 설명했다.
게임사들이 AI를 활용한 게임 개발에 집중하면서 정부도 국내 게임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원 의지를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국정감사를 앞두고 지난 달 말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제출한 업무현황보고서에서 “콘솔·인디 게임 및 AI 활용 게임을 집중적으로 지원해 미래 시장 선점을 돕겠다”고 밝혔다. 문체부가 AI 게임 개발 집중 지원을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정부가 AI를 활용한 게임 개발·서비스 효율화와 새로운 게임성 발굴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겠다는 취지로 해석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