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북 균형 발전을 가로막는 인프라 격차는 경제성만 따지는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에도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서울시는 강남·북 교통 인프라 격차 해소와 주민 편의를 위해 다양한 경전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강북과 강남을 잇는 몇몇 경전철 사업은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예타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강북횡단선, 목동선,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선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목동과 청량리를 잇는 사업인 강북횡단선 사업은 6월 기획재정부의 예타 문턱을 넘지 못했다. 철도 교통 시설이 구축되지 않은 외곽 지역의 교통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추진된 사업인데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탈락했다.
양천구 신월동에서 영등포구 당산역을 연결하는 총 연장 10.87㎞의 목동선 사업과 용산에서 은평을 거쳐 경기 삼송을 잇는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선도 마찬가지 이유로 좌초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런 식이면 수요가 많아 비용 대비 수익이 많이 나는 강남 지역의 교통 인프라 사업은 예타를 쉽게 통과하는 반면 강북 지역은 번번이 탈락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강남·북 격차를 더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예타는 도로·철도 등 재정 사업에 대해 사전 타당성을 검증하고 평가하는 제도다. 투입되는 비용 대비 이용 편익이 얼마나 나올지를 계산해 기대효과가 ‘1’을 넘지 못하면 감점 혹은 탈락 요인이 된다. 결국 유동 인구가 많은 발전된 지역에 교통 인프라를 구축하는 예타는 손쉽게 통과되는 반면 그렇지 못한 지역의 예타는 좌절될 가능성이 높아 지역 격차를 더 벌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서울 강북 지역의 한 구청장은 “교통 인프라가 깔려야 인구가 늘고 각종 산업 시설이 들어설 수 있는데 현행 예타 제도는 인구가 많은 곳에 유리하니 지역균형발전에 역행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경제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예타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철도 사업에 대한 예타의 경우 수도권은 경제성 부분이 60~70%,정책성 30~40%로 반영되는데 강남·북 균형을 위해서는 경제성 평가 비중을 낮추고 지역균형발전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성 평가에서 ‘혼잡도 완화’와 ‘출퇴근 이동 시간 감소’ 등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편익 증가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또 경제성 평가에 잠재 미래 수요를 더 적극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 실제 서울시는 목동선 예타 당시 목동에 대규모 재건축이 진행되면 교통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 사업 역시 2026년 준공 예정인 국립한국문학관과 서울혁신파크 부지 개발이 이뤄지면 교통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정부에 호소했지만 경제성 평가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예타 제도는 서울의 도시 경쟁력이나 서울 내 균형 발전을 위한 사업 평가 도구로 맞지 않는 면이 있다”며 “도시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서는 예타 제도의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