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근심보다는 희망을 [로터리]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이달 6일 ‘국민WE원회’가 출범했다. 이는 저출생 정책이 현장에서 잘 적용되는지를 살펴보고 체감도 높은 정책 아이디어를 제안해줄 국민 모니터링단이다. 출범식에는 미혼 청년과 신혼·무자녀 부부, 난임 부부, 유자녀 부부 등 약 200명이 참석해 토론을 펼쳤다. 의외로 결혼과 출산·육아에 대한 의견보다 방송·문화의 영향력에 대한 목소리가 컸다. 몇몇 방송 프로그램이 결혼·출산·육아를 너무 힘든 일로, 심지어는 해서는 안 되는 일처럼 다룬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다 보니 결혼을 준비하거나 출산하고 육아하는 게 잘못된 선택처럼 여겨진다는 것이었다. 방송이 다루는 일각의 극단적인 사례들에 계속 노출되다 보면 이를 보편적인 상황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부모들은 이런 말을 꼭 덧붙였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에서 물론 힘든 일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행복이 있어요.” 이들은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 첫울음을 터트리고 첫걸음을 걸을 때, 부모를 한껏 안아줄 때 느끼는 벅찬 행복의 순간들보다 부정적인 것들만 이야기되는 현실을 개탄했다.



이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괴테의 ‘파우스트’에 나오는 한 구절이 생각났다. ‘일단 나에게 사로잡힌 자, 그에게는 온 세상이 아무 소용없나니’라는 문장이다. 파우스트 앞에 나타난 ‘근심’이 자신을 소개하는 말이다. 근심은 불안을 부르고 불안은 공포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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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출산·육아에 대한 우리나라의 사회적 인식도 이런 수순을 밟는 듯하다. 불안정한 일자리와 주거, 아이를 낳았을 때 감당해야 할 교육비, 직장 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는 어려움 등은 충분히 근심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많은 국민이 지적한 것처럼 어려움만 지나치게 표현되니 다들 결혼·출산·육아를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할 이유부터 찾게 되는 모양새다. 실제로 며칠 전 발표된 한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응답자의 85.9%가 우리나라 저출생 상황의 심각성에 동의하면서도 단 3.3%만이 “향후 저출생 현상이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과도한 근심은 미래에 대한 불안만 키울 뿐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근심에 사로잡히면 마땅히 누려야 할 행복을 놓치고 문제 해결 의지를 상실한다. 그렇기에 정책만큼 중요한 것이 결혼·출산·육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꿔나가는 것이다. 근심을 해소해 미래를 희망하게 하는 일이고 궁극적으로 가족의 가치, 아이와 함께하는 행복을 회복하는 일이다.

정부는 이러한 희망의 근거들을 계속 만들어나가고자 한다. 최근에는 아이를 키우는 즐거움과 가족의 행복을 다루는 방송도 조금씩 늘어나고 기업들도 가족 친화 경영을 생존 전략으로 받아들이는 등 함께 힘을 보태고 있다. 더디지만 나아가고 있다. 이제 근심만 하기보다 더 나은 미래에 대한 기대를 하나씩 현실로 만들어가는 데 온 사회가 함께 어깨를 걸고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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