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류 매체인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포스트가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퍼플렉시티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냈다. 이들 매체는 퍼플렉시티의 AI 검색 엔진이 “자사의 저널리즘을 빼앗으려는 뻔뻔스러운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21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미디어 거물’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거대 언론·출판기업인 뉴스코프의 자회사인 다우존스와 뉴욕포스트가 이날 뉴욕 남부지방법원에 저작권 및 상표권 침해 소송을 냈다. 다우존스는 WSJ를 발행하고 있다.
이들 매체는 소장에서 퍼플렉시티가 자사의 콘텐츠를 대량으로 불법 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WSJ와 뉴욕포스트가 생산하는 귀중한 콘텐츠에 ‘무임 승차’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최근 이 스타트업이 80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최대 1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고객과 수익을 돌려달라”고 주장했다.
퍼플렉시티는 AI 기반의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으로 ‘구글의 대항마’로 불린다. 오픈AI의 ‘챗GPT’나 앤스로픽의 ‘클로드’ 등이 제공하는 거대언어모델(LLM)을 활용해 출처와 인용문이 포함된 즉각적인 답변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다만 기존 검색엔진이 정보를 사용자에게 그대로 제공했다면 퍼플렉시티는 AI로 요약된 답변을 제공한다. 답변 생성에 사용된 뉴스 등 자료 출처와 관련된 링크도 함께 제공한다지만, 만약 사용자들이 AI 생성 답변에 만족해 링크를 눌러보지 않는다면 정작 정보를 만들어낸 콘텐츠 생산자들로서는 아무런 보상을 받을 수 없는 셈이다.
실제 이들 매체는 소장에서 “전통적 검색엔진의 사업 모델과 달리 퍼플렉시티는 콘텐츠 생산자에게 사업 기회를 주기는커녕 자체 콘텐츠로 수익을 낼 기회까지 빼앗아 자신이 것으로 삼고 있다”며 “뉴스 및 기타 정보 웹사이트를 대체하기 위한 의도이며 실제로 그렇게 작동한다”고 짚었다. 뉴스코프는 또 퍼플렉시티가 허위 정보로 답변을 생성해 WSJ와 뉴욕포스트의 브랜드 가치가 훼손됐다는 주장도 펼쳤다. 뉴스코프는 퍼플렉시티 측에 불법 복제 등에 대한 법적 문제를 알리고 오픈AI 등과 체결한 것과 유사한 콘텐츠 이용 파트너십을 맺을 것을 요구했으나 회사 측이 이를 무시했다는 주장도 소장을 통해 밝혔다.
한편 미국에서는 최근 주류 매체들이 AI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거나 비난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오픈AI가 챗GPT를 훈련시키는 과정에서 자사 콘텐츠를 도용했다며 소송을 냈고 지난주 퍼플렉시티에도 “요약 및 기타 유형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포함해 자사의 저널리즘 사용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내용증명을 보냈다. 포브스와 와이어드 또한 퍼플렉시티가 표절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이밖에 시카고 트리뷴 등 8개 신문사도 지난 4월부터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며, 6월에는 미국 탐사보도 전문 비영리단체 탐사보도센터(CIR)도 유사한 소송을 냈다.
한편 퍼플렉시티는 이번 소송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앞서 퍼플렉시티는 언론사 등 콘텐츠 생산자에게 데이터를 무작위로 긁어오는 ‘크롤링’을 중단하고 수익도 공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