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로봇에게 물건 팔아야 살아남는다"…글로벌 컨설팅사 조언한 이유는

가트너 "기계 고객의 시대 왔다"

생성형 AI를 통해 만든 이미지입니다. 출처=플라멜생성형 AI를 통해 만든 이미지입니다. 출처=플라멜




커넥티드 자동차가 겨울이 되면 윈터 타이어를 스스로 주문하고, 스마트 프린터가 남은 토너의 양을 사전에 파악하여 새 토너를 구매한다. AI 비서가 인간의 개입 없이 생필품을 구매하고, 주인이 좋아하는 식재료를 장본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 인간에게 물건을 판매한다고 해야 할까 기계에게 판매한다고 해야 맞을까.

사람을 대신해 필요한 물건을 쇼핑하고 결제하는 ‘기계 고객’들의 시대가 눈앞에 왔다는 전망이 나왔다. 앞으로는 기업이 제품 개발을 하거나 마케팅을 할 때 사람이 아닌 로봇을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KB금융연구소는 ‘인간 고객을 대신하는 기계 고객의 시대가 열릴까?’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의 내용은 글로벌 IT 컨설팅 기업 가트너(Gartner)가 지난해 출간한 ‘기계가 고객이 될 때(When Machines Become Customers)’라는 책을 기반으로 한다. 이 책에서 가트너는 “2027년까지 선진국 인구의 50%가 인공지능(AI) 비서를 사용하고 소비 시장은 인간이 아닌 기계를 상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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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트너에 따르면 기계 고객은 인간의 개입 정도에 따라 △제약된 고객(Bound Customer) △적응형 고객(Adaptable Customer) △자율형 고객(Autonomous Customer)의 세 단계로 발전한다. 제약된 고객은 기계가 인간이 설정한 규칙과 매개변수 내에서 엄격하게 제한된 기능만을 수행하는 단계로 오늘날 대부분의 기계 고객이 여기에 해당한다. 대표적 사례는 아마존의 ‘대시 버튼(Dash Button)’ 서비스다. 기저귀나 음료수 등 생필품이 떨어졌을 때 버튼을 누르면 손쉽게 주문할 수 있는 형태다.

적응형 고객은 기계가 인간이 설정한 규칙과 매개변수에 따라 작동하면서 특정 작업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인간 개입으로도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단계다. 현재 국내 금융권에서 활발하게 사용 중인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가 그 사례다. 로보어드바이저는 AI 알고리즘과 빅데이터 분석 등을 기반으로 고객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자산을 관리해 주는 기능을 제공한다. 상장지수펀드(ETF)나 퇴직연금 등 인간이 사전에 지정한 자산의 형태나 투자 성향을 기반으로 적절한 투자 방식을 찾아 직접 자산을 운용하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자율형 고객은 기계가 인간의 개입 없이 완전히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형태다. 소비자의 구매 패턴과 선호도, 니즈 등을 추론해 판단하며 필요에 따라 기계 자체의 니즈도 반영 가능하다.

인간과 기계의 구매 패턴은 분명 다를 것이다. 인간 고객이 개인의 본성과 감정, 취향 또는 관계에 크게 의존하며 불규칙적인 방향성을 띤다면, 기계 고객은 심리적인 영향을 받지 않고 데이터 기반의 객관적인 구매 행동을 나타내며 일정한 방향성을 유지한다. 즉 구매의 주체가 사람에서 로봇으로 바뀌면 기업의 서비스 개발 및 판촉 활동도 대변혁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KB금융연구소는 “향후 기계 고객은 기업의 핵심 고객으로 부상하며 대중화될 것이며, 이는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운영 방식 뿐만 아니라 시장의 경쟁 구도에 상당한 변화를 촉발할 전망”이라며 “금융회사도 기계 고객 시대의 도래에 따라 나타나는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앞으로 기계 고객 중심의 맞춤형 금융상품, 서비스나 비즈니스 모델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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