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누리는 부의 총량이 차고 넘칩니다. 넘치는 총량을 소수가 누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모든 국민을 비롯해 청년 세대가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데 종교가 기여할 수 있다면 이 같은 메시지를 계속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2일 원불교 최고지도자인 종법사 취임을 앞둔 왕산 성도종(74) 종사(宗師)는 넘치는 부의 총량을 배분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부의 제한주의(Limitarianism)’과도 통하는 부분이 있는 주장이다.
성도종 종사는 이날 전북 익산시 소재 원불교중앙총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돈이 되는 것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추구하는, 인간의 탐욕에서 생기는 문제가 심각한 국면에 처했다”며 “모든 국민이 부를 함께 누릴 수 있도록 정책을 펼치고 기업을 경영하는 마인드를 확산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방 도시 거리를 다녀 보면 빈 가게들이 엄청나게 늘어나는 반면 대기업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가게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성 종사는 교법 정신 회복, 교화 구조의 대변화, 세계교화 기반 확충, 지속 가능한 지구공동체 실현, 전무(원불교 초창기부터 출가 교도로서 일생을 헌신한 분) 출신 역량 강화와 제도 개선 등을 원불교가 추구해야 할 핵심으로 꼽았다.
성 종사는 모두가 가슴에 새겨야 할 단어로 '더불어'를 꼽고서 "더불어 마음을 하나로 (하고), 더불어 세상을 하나로 (하고), 모두가 더불어 공부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젊은 층의 탈종교화 경향이 강해지는 것에 관해서는 "제도 종교를 사람들이 기피하는 경향이 분명히 확산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종교가 거품을 걷어내고 본질적인 면에 충실하다면 떠났던 이들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의전 절차를 간소화하고 종법실(종법사 집무실 겸 숙소인 '종법원'을 의미)에 접근이 가능하도록 개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가 대중들 속으로 찾아가는 게 좋다"며 "이 자리에 앉아서 오시는 손님만 맞이하려고 하면 대중들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고 적극적인 소통 의지를 피력했다.
원불교는 12년을 '1회'(會)로, 3회·36년을 '1대'(代)로 규정해 시대를 구분하는데 올해는 개교 109주년이라서 3대를 끝내고 4대를 시작하는 해다. 성 종사는 올해가 "창립 4대를 들어가는 매우 중요한 역사적인 시점"이라며 3대 36년의 성과와 과오를 평가하고 집단 지성을 바탕으로 4대를 설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내달 3일 원불교 16대 종법사로 취임한다. 임기는 6년이며 연임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