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과학기술 인재의 취업을 보장해주는 계약학과 정원이 올해 대학 입시에서 총 1145명이 증원된다. 이 중 수도권 4년제 대학에도 569명이 늘어나 수도권 대학 입학 정원이 2024학년도에 이어 2년 연속 증가하게 됐다. 계약학과는 산업 수요를 반영한 학과를 대학 내에 운영하는 제도다. 특정 기업과 대학이 협약을 체결하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해 배출하는 제도다.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묶여 있던 대학 입학 정원까지 확대할 만큼 반도체 등 신기술 인재 부족이 심각한 형편이라는 얘기다. 정부는 반도체 학과를 2027년까지 총 2000명을 늘리는 등 앞으로도 첨단 분야 정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당장 내년부터 고려대 계약학과 졸업생들은 SK하이닉스(000660)에, 연세대 계약학과 졸업생들은 삼성전자(005930)에 채용된다. 첫 입학생인 2021학년도 신입생이 내년 2월 졸업하면서 첫 입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학생 입장에서는 취업난에도 대기업에 100% 취업이 보장되는 한편 기업 입장에서도 메모리·비메모리 소자 설계와 관련된 이론 및 실습 경험을 갖춘 공학 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대학들이 학부생 실습 교육을 강화하는 점도 기업에는 긍정적이다. 고려대는 대학원생의 연구 실습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정규 수업 과정을 4학년 1·2학기에 운영하고 있다. 대학들은 또 학사용 멀티 프로젝트 웨이퍼(MPW) 교육 과정도 점차 확대하는 중이다.
다만 최근 이공계 학생들의 의대 선호에 따른 재학생 이탈은 시급한 해결 과제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자동자 등 대기업과 연계한 계약학과 총 8곳에서 83명의 학생이 중도탈락했다. 지난해 36명에서 2배 이상 급증했다. 첫 졸업생의 사회 진출을 기점으로 재직자 처우 개선 등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비교적 짧은 정년을 늘리는 등 미국이나 대만처럼 엔지니어가 우대받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