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 의료전달체계를 바로 잡기 위해 시범사업에 착수한 가운데 충분한 재원 확보가 담보돼야 한다는 의료계 제언이 나왔다.
옥민수 울산대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22일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중증 환자 중심의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지역 내 필수의료의 수요를 충족하고 양질의 보건의료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하려면 시범사업 단계에서 상급종합병원 기능 강화를 위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향후 3년간 10조 원을 투입해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와 중증 질환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예고했다. 상급종합병원의 중증 진료 비중을 현행 50%에서 70%까지 끌어올리고 일반병상은 최대 15% 줄이는 한편, 중환자실이나 4인실 이하 병실의 입원료 수가(의료행위 대가)를 50% 높여 중증 환자 치료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시범사업 형태로 추진되는 이번 사업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은 정부의 기준에 맞는 계획서를 제출하고, 이를 준수하면 수가 등에서 파격적인 지원을 받게 된다. 당장은 상급종합병원들의 전체적인 진료 규모가 축소되더라도 전문의, PA(진료지원) 간호사 등의 팀 진료로 인력 고용 수준을 유지하면서 중증·응급 진료에 집중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옥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인근 병원에 진료를 의뢰하거나 환자를 전원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완결적 보건의료체계를 구축하려면 상급종합병원이 지역 내 보건의료서비스의 '조정자'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일 의료기관이 지역 내 모든 보건의료 문제를 해결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협력기관과의 네트워크 구축의 중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진료협력센터의 기존 역할이 진료 의뢰 과정에서 환자 정보를 전달하는 단편적인 수준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보건의료서비스를 조정하고 책임지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옥 교수는 "환자의 중증도를 관리·평가할 수 있는 현실적인 지표와 지역에서 적절한 필수의료를 제공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지 파악해 보상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상급종합병원 등 책임 의료기관이 지역 내 보건의료서비스의 조정자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등 진료 협력 수준이 고도화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형적으로 높았던 상급종합병원의 전공의 의존도를 낮추고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전환하려면 전공의들에 대한 교육수련 기능도 한층 강화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전공의들의 수련생 지위를 강화하고 교육의 밀도를 높이는 등 수련환경 개선 필요성에는 충분히 동의한다"면서도 "핵심은 재원 마련이다. 교육 수련 영역에만 초점을 둔 더 큰 규모의 평가 체계와 재원 없이는 허울 뿐인 개혁에 그치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