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기업투자 늘려 봤자…정치 양극화가 성장률 갉아먹어"

[재정학회 추계학술대회 논문서 지적]

정부 경제정책에 이견 1% 늘때

장기 성장률은 0.8%씩 떨어져

투자·인적자본 못지 않게 영향

양극화 해소, 최우선정책 돼야

한동훈(오른쪽부터)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월 1일 국회에서 여야 대표 회담을 마친 뒤 각자의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한동훈(오른쪽부터)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월 1일 국회에서 여야 대표 회담을 마친 뒤 각자의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 양극화로 인해 국민들의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이견이 커질수록 장기 경제성장률이 하락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민간투자가 늘고 정부가 재정을 쏟아부어도 지금처럼 정치권이 극한의 대립을 이어가면 제대로 된 성장이 이뤄질 수 없다는 뜻이다.



23일 한국재정학회에 따르면 김성순 단국대 무역학과 명예교수는 25~26일 충북 제천에서 열리는 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정치 양극화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효과 분석’을 발표한다.

김 교수는 정치 양극화와 경제성장 간에 뚜렷한 인과관계가 있다는 데 주목했다. 우선 그는 정치적 양극화 정도를 수치로 환산하기 위해 △규제의 질 △준법성 △정부 정책의 유효성 등 세가지 요인을 연구했다. 규제의 질은 경제정책을 시행하는 정부의 능력을, 준법성은 재산권과 재판 결과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신뢰도를 의미한다. 정책의 유효성은 정부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일을 하는지를 보여준다. 세계은행(WB)도 세계거버넌스지수(WGI) 측정시 이를 활용한다. 김 교수는 “정치적 양극화는 정책 불확실성을 높여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재산권 보호와 법치주의를 약화시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논문은 이들 세가지 요인이 평균에서 멀수록 정치적 양극화가 심하며, 성장에 악영향을 준다고 봤다. 예를 들어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평균에서 멀어진다는 것은 사람들의 의견이 서로 갈려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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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1981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의 경제성장률과 이 세 가지 요인의 인과관계를 분석한 결과 ‘규제의 질’ 항목이 평균에서 1% 멀어지면 경제성장률은 장기적으로 0.77%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준법성은 평균에서 1% 거리가 떨어지면 성장률이 0.31% 떨어졌다.

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와 민간 투자 지출이 1% 높아지는 경우에는 성장률이 장기적으로 각각 0.07%, 0.06% 높아졌다. 인적 자본 축적도 성장률 제고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고려하면 정부와 민간 투자가 늘어나도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지면 성장률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김 교수는 “다른 변수들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치 양극화가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수 있지만 정치적 양극화 같은 요인이 투자나 인적 자본 못지 않게 경제 성장에 중요하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라며 “양극화 해소는 정책 불확실성을 줄여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경제성장에 기여하므로 무엇보다 중요한 성장 요인은 정치 양극화를 줄이고 국민들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치적 양극화 해소가 경제성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중요하게 다뤄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국의 정치적 양극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2022년 발표한 설문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국 가운데 한국의 정치 양극화 정도는 미국과 프랑스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이 매년 발표하는 세계 민주주의지수 보고서는 한국의 정치 문화 점수가 2021년 7.5점에서 지난해 6.25점으로 떨어졌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세종=조윤진 기자·세종=주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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