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체들이 산업용 전기요금 차등 인상안에 대해 정부가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며 기업의 경영 활동이 위축되고 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3일 입장문을 통해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첨단산업 발달로 전력수요 급증에 대응하고 필수 전력망 확충을 위한 재원 조성 등을 고려할 때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이해한다”면서도 “산업용 전기요금만 연속해서 인상하는 것은 성장의 원천인 기업 활동에 부담을 주고 기업들의 경쟁력을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입장문을 내고 “그동안 중소기업계가 요구해온 산업용 요금 교차 보조 문제가 해결되지 못했다”며 “주택용과 일반용은 동결하고 산업용 전기요금만 인상된 점이 아쉽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요금 인상은 에너지의 79%를 전력에 의존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경영 환경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며 “특히 뿌리 중소기업들은 전기요금이 제조 원가의 30%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만큼 심각한 경영 악화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가격 인상이라는 손쉬운 대책 대신 사회 전체가 에너지소비효율을 개선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의 한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사회 전반의 에너지효율을 개선할 수 있도록 원가주의에 기반한 전기요금 결정 체계를 정착시켜야 한다”며 “또한 에너지 절약의 수단으로 요금 인상이라는 네거티브 방식만 능사가 아닌 만큼 전기를 아끼면 인센티브를 주는 포지티브 방식도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상의 역시 전기요금 인상 부담을 기업에만 지우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상의 관계자는 “산업계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전기 소비자들이 비용을 함께 분담하고 에너지효율화에 적극 동참하게 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I 전환으로 글로벌 차원의 기술 전쟁을 치르는 반도체 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감지된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미국·대만 등 세계 주요국이 반도체 보조금을 뿌리면서 한국 반도체 업체들의 원가 부담이 높아진 상황인데 우리는 보조금은커녕 전기세까지 올라갔으니 그만큼 기업들의 원가 부담이 더 높아졌고 장기적으로 기술 경쟁력에도 타격이 갈 수 있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