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된 것으로 전해진 북한군 병력이 조만간 동부 격전지에 투입될 것이라는 우크라이나 측의 보고가 나왔다. 양측이 치열한 전투를 이어가는 지역인 만큼 조만간 교전 과정에서 북한군의 실체가 드러날 가능성이 큰 가운데 한국 정부는 정보 수집을 위한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22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인 RBC우크라이나는 우크라이나군 키릴로 부다노우 정보국장의 발언을 인용해 북한군이 23일 러시아 동부 쿠르스크 지역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북한군 병력은 러시아 군대를 도와 우크라이나군으로부터 쿠르스크 지역 방어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쿠르스크에 투입될 북한군 규모와 무기 등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쪽 접경지인 러시아 쿠르스크는 8월 우크라이나군이 일부를 점령하면서 양측의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곳이다. 이에 따라 북한군 병력이 투입될 경우 우크라이나군과의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앞서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들은 21일 보안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군 교관 약 40명이 쿠르스크주 르고프스키 지역으로 배치됐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러시아군을 대상으로 ‘군사용 풍선’ 사용법을 훈련시켰으며 러시아군은 북한군에 ‘현대식 보병 전투 전술’을 교육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러시아군이 대남 쓰레기(오물) 풍선과 같은 방법으로 생화학 무기 공격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됐다.
18일 우크라이나 전쟁 북한군 파병설이 제기된 후 곳곳에서 북한군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러시아 독립 언론 아스트라는 22일 텔레그램으로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병사들의 모습이라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후 21일에는 우크라전 상황을 공유하는 친러시아 텔레그램 계정 ‘Z작전·러시아 봄의 군사특파원’이 북러 국기가 함께 꽂힌 사진과 함께 “북한 국기가 최근 츠쿠리노 인근 포크롭스크 전선 광산 폐석 위에 게양됐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유튜브 채널을 통해 북한의 파병에 대해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총사령관에게서 보고 받았다며 “6000명씩 2개 여단이 훈련 중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북한이 특수부대 등 4개 여단 총 1만 2000명 규모의 병력을 파병하기로 했다는 국가정보원 분석과 동일하다.
그러나 미국 등 서방은 구체적인 확인이 필요하다며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자체적인 프로세스와 자체적인 평가를 거쳐야 한다”며 북한 파병설에 대해 자체 정보 수집과 평가를 진행 중임을 시사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의 요청에 따라 북한군 파병 관련 정보 공유를 위한 대표단을 신속히 파견한다는 계획이다.